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9.인간세(人間世)
:장석(匠石)이 제(齊)나라로 가다가 곡원(曲轅) 땅에 이르렀을 때(匠石之齊 至乎曲轅)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장석(匠石)이 제(齊)나라로 가다가 곡원(曲轅) 땅에 이르렀을 때(匠石之齊 至乎曲轅)
토지신의 사당에 심어진 상수리 나무를 보았다.(見櫟社樹)
그 크기는 수천 마리의 소를 가릴 만하고(其大蔽數千牛)
그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고,(絜之百圍)
그 높이는 산을 내려다 볼 정도로 컸다.(其高臨山)
열 길쯤 올라가야 비로소 가지가 뻗었는데(十仞而後有枝)
배를 만들 수 있을 만한 가지가 수십 개는 되었다.(其可以爲舟者 旁十數)
구경하는 사람들이 저잣거리처럼 많았는데(觀者如市)
장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갔다.(匠伯不顧 遂行不輟)
장석의 제자가 나무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弟子厭觀之)
장석에게 달려와 말했다.(走及匠石 曰)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이래로(自吾執斧斤以隨夫子)
저토록 훌륭한 나무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未嘗見材如此其美也)
그런데 선생님은 보지도 않으시고 그냥 지나쳐 버리시니(先生不肯視 行不輟)
무슨 까닭입니까?"(何邪)
장석(匠石)이 말했다.(曰)
"아서라. 그 나무에 대해서는 말할 것 없다.(已矣 勿言之矣)
그것은 쓸모없는 나무다.(散木也)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以爲舟 則沈)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以爲棺槨 則速腐)
그릇을 만들면 금방 깨지고(以爲器 則速毁)
문짝을 만들면 나무 진이 줄줄 흐르고(以爲門戶 則液樠)
기둥을 만들면 좀이 슬어버린다.(以爲柱 則蠹)
그것은 재목으로 쓸 나무가 아니다.(是不材之木也)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無所可用)
그처럼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故能若是之壽)
장석(匠石)이 집에 돌아오자(匠石歸)
상수리 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력社現夢 曰)
"그대는 나를 무엇에 비교하는가?(女將惡乎比予哉)
그대는 나를 쓸모있는 나무(文木)에 비교하는가?(若將比予於文木邪)
아가위, 배, 귤, 유자 따위 과일과 열매를 맺는 나무와 풀은(夫柤梨橘柚果蓏之屬)
열매가 익으면 잡아 뜯기고(實熟則剝)
잡아 뜯기면서 욕을 당하니(剝則辱)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겨진다.(大枝折 小枝예)
이것은 그 열매를 맺는 능력 때문에 삶이 고달퍼지는 것이다.(此以其能苦其生者也)
그래서 하늘이 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故不終其天年)
중도에 요절한다.(而中道妖)
그것은 스스로 세상의 화를 자초한 것이니(自부擊於世俗者也)
모든 사물이 이러하다.(物莫不若是)
또한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 지 오래되었다.(且予求無所可用 久矣)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야 뜻을 이루어(幾死 乃今得之)
'무용이대용'이 되었다.(爲予大用)
만일 내가 쓸모 있었다면 이처럼 크게 자랄 수 있었겠는가?(使予也而有用 此得有此大也邪)
그대와 나는 모두 사물(物)이기는 마찬가지인데(此也 若與予也皆物也)
어찌 그대는 나만을 사물로 보는가?(奈何哉 其相物也)
그대도 거의 죽음이 가까운 쓸모없는사람인데(而幾死之散人)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알겠는가?"(又惡知散木)
장석(匠石)이 깨어나 꿈 이야기를 하니(匠石覺 而診其夢)
제자가 말했다.(弟子曰)
"저 나무가 쓸모없기를 바랐다면(趣取無用)
어째서 사당의 나무가 되었을까요?"(則爲社 何邪)
장석(匠石)이 말했다.(曰)
"쉿!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密. 若無言)
저 나무는 그저 사당에 몸을 맡겨두고 있을 뿐인데(彼亦直寄焉)
자기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헐뜯는다고 생각할 것이다.(以爲不知己者후厲也)
사당의 나무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베어졌을 것인가.(不爲社者 此幾有翦乎)
저 나무가 제 몸 지키는 방법이 세속의 무리와 다른데도(此也 彼其所保與衆異)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而以義譽之)
또한 먼 이야기가 아니겠는가."(不亦遠乎)
※ '사(社)'는 토지신(土地神)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이다.
그 사당의 마당에 심어진 상수리 나무가 아주 오래되고 어마어마하게 컸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장터처럼 몰려와 그 나무를 구경할 정도였다.
'장석(匠石)'은 석(石)이라는 이름을 가진 목수(匠)인데,
뛰어난 목수여서 한눈에 이 거대한 상수리 나무가
재목(材木)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無用)'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는 나무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쳐 갔던 것이다.
물론 장석(匠石)은 인간중심의 생각으로
그 나무의 '쓸모(有用), 유용성, 가치'를 보았다.
※『장자(莊子)』에서 '큰 나무(大木)'는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양생(養生)을 이룬 존재'다.
이 '양생(養生)을 이룬 존재'가 장석(匠石)의 꿈에 나타나
'쓸모있음(有用)'과 '쓸모없음(無用而大用)'에 대해 한마디 해준다.
인간이 말하는 '쓸모있음(有用)', '쓸모있는 나무(文木)'란 무엇인가.
과일나무는 과일을 맺는 능력, 그 '쓸모있음' 때문에
열매가 익으면 뺏기고 가지가 꺾이는 욕을 당한다.
계피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와서 베어간다.
옻나무는 쓸모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줄기를 가르고 껍질을 벗겨간다.
따라서 그것이 인간에게는 '쓸모있음(有用)'인지 몰라도,
오히려 나무에게는 '재앙'이 되어,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요절하게 된다.
이것을 깨달은 상수리 나무는 오랫동안 스스로 '쓸모없게(無用)' 되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만 자연(自然)이 자신에게 준 '생명', '삶'을 온전히 지키고 기르고 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상수리 나무는 누군가의 '쓸모'로서 존재하기 보다는
'스스로 삶을 지키고 기르는 것(養生)'이..,
'자존(自存)'하는 것이..
더 크고 더 근본적인 '쓸모(無用而大用, 쓸모없음의 쓸모)'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큰 나무(大木)는 장석에게 '무위자연(無爲自然)의 道'를 말해준다.
도대체 자연이 준 내게 준 '생명', '삶'을 대체할 수 있는 '쓸모, 가치'란 무엇인가?
※그러면서 상수리 나무는 장석(匠石)에게 꾸짖듯이 덧붙여 말한다.
너와 나는 모두 사물(物)이기는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너는 나만을 사물(物)로 보는가?
어째서 너는 함부로 (무슨 자격으로) 나의 '쓸모'를 판단하는가?
(어째서 인간은 그토록 자기중심적인가?)
참으로 교만하구나! 장석, 너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다.
그런 네가 어떻게 '오랫동안 스스로 쓸모없기를 바란'..
'오랫동안 무위무용(無爲無用)의 道를 닦은'
'큰 나무(大木)의 뜻'을 알겠는가?
아마도 장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그는 꿈에서 깨어난다.
※ 꿈 이야기를 들은 제자가 묻는다.
"그 나무가 정말 쓸모없기를 바랐다면
어째서 사당의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쓸모있는 나무인척 합니까?"
(그것은 모순이며 위선이 아닙니까?)
장석은 제자를 타이른다.
"쉿! 조용히 해라. 그 나무는 우연히 사당의 마당에 심어졌을 뿐이다.
스스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자 한 적이 없다.
만약 사당의 나무가 되지 않았다면 땔나무로 베어졌을지 어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나무가 제 몸을 보전하는 방법이 세속의 욕심과는 다르다.
그 나무는 '道를 아는 나무'다.
그러므로 너는 세상의 눈으로 그 나무를 보고 평가하고 헐뜯어서는 안 된다.
너는 아직 道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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