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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공개)/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4-11.인간세(人間世):지리소(支離疎)라는 사람은(支離疎者)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2. 20.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11.인간세(人間世)

:지리소(支離疎)라는 사람은(支離疎者)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지리소(支離疎)'라는 사람은(支離疎者)

턱이 배꼽에 파묻히고(頤隱於齊)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으며(肩高於頂)

 상투가 하늘을 찌르고(會찰指天)

오장이 위에 있으며(五管在上)

두 넓적다리는 옆구리에 붙어있지만,(兩髀爲脅)

바느질과 세탁으로 입에 풀칠을 너끈히 한다.(挫鍼治繲 足以餬口)

키질을 하여 곡식을 까불어(鼓筴播精)

열 식구를 충분히 먹여살린다.(足以食十人)

나라에서 병사를 징집하면(上徵武士)

지리(支離)는 팔뚝을 걷고 그 사이를 돌아다니고,(則支離壤臂於其間)

나라에 큰 부역이 있어도(上有大役)

지리(支離)는 고질병이 있어 일에 끌려가지 않았다.(則支離以有常疾 不受功)

나라에서 병자에게 곡식을 내리면(上與病者粟)

세 종류의 곡식과 열 묶음의 땔나무를 받았다.(則受三種與十束薪)

이처럼 그 몸이 지리한 사람도(夫支離其形者)

자신의 몸을 충분히 보양하여 천수를 누리거늘(猶足以養其身 終其天年)

하물며 그 덕이 지리한 사람이야 어떠하겠는가?(又況支離其德者乎)




'지리소(支離疎)'는 신체장애자다.

그는 지리멸렬한 몸을 갖고 있다는 뜻에서

 장자(莊子)가 '지리(支離)'라고 이름을 붙인 우화적인 인물이다.

그는 꼽추이며, 몸 속의 다섯 장기가 머리보다 위쪽에 가 있을 정도로 심하게 기형불구인 사람이다.(五管在上)


하지만 지리소(支離疎)는 남의 집 바느질과 빨래를 하며, 농사 일을 거들어서

자신과 열 식구 가족이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몸 성한 사람들이 군대에 끌려가 죽을 때

그는 군대에 끌려갈 걱정이 없어서 팔뚝을 걷어붙이고(壤臂) 거리를 활보한다.

 나라에서 백성을 끌어다 부역을 시킬 때도 그는 불구인지라 끌려가지 않는다.

또 나라에서 구제사업을 펼 때는 곡식과 땔나무를 공짜로 얻는다.   




※ '지리멸렬하다'는 말은 여기『장자(莊子)』에서 나왔다.


'지리(支離)'는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모양'이니,

'온전하지 못하고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신체장애자, 불구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③ 더 나아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오래되었다', 

 그래서 '지루하다'는 뜻으로 발전했다.


'멸렬(滅裂)'은 역시『장자(莊子)』에서 나온 말이다.

'경박하다, 경솔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겉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지리멸렬하다'는 것은.. 지리하면서도 멸렬한 상황이니..

'일이 뜻대로 안 되어 갈피를 못 잡는데다가 경박하게 움직여 일이 더 꼬이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서 '소()'는 '어리석다'는 의미가 있다.




지리소(支離疎)는 그 외형(形, 몸)이 지리하여...

몸이 온전하지 못하고 결함이 있어서..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는 도무지 '아무 쓸데가 없는(無用)' 사람이다.


하지만 그 쓸모없음이 그 자신에게는 '긴요한 쓸모(大用)'가 되었다.

  

그는 그 기형불구의 몸 때문에.. 오히려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제 몸을 보존하여 천수(天壽)를 누리는 사람이 되었다.


 

장자(莊子)는 여기서 한번 더 나아가 묻는다.

 

그 몸(形)이 지리한 사람이 얻는 유익함이 이 정도일진대,

그 '덕(德, 마음)이 지리한 사람'이 얻는 유익함은 과연 얼마나 클 것인가?




※ 그 '덕(德, 마음)이 지리하다'는 것은..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에.. 지혜롭지 못하고 총명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내면이 온전하지 못하고 결함이 있는 사람이다.


'저게 바보 아니냐?'

'저게 등신 아니냐?'


그렇다. 그는 '지혜가 없고 어리석은(無知)', '바보'이며,

제대로 '손익(損益)계산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 '덕(德, 마음)이 지리한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귀, 명예, 인기를 애써 구할 줄 모른다.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 


오히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고 기피하는

무욕(無欲), 무공(無功), 무명(無名)을 가까이 한다. 그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세상의 눈에는.. 그는 기껏해야 평생 남의 뒷치닥꺼리나 할 뿐이며,

제 밥 그릇도 찾아먹지 못하는 '바보'일 뿐이다. 정말 '쓸모없는, 무능한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장자(莊子)는 그 '덕(德, 마음)이 지리한 사람'...

'쓸모없는 바보'가 얻는 큰 유익함을..

그 '무용이대용(無用而大用)'을 말하고 있다.


 장자(莊子)는 한결같이 '세상의 빛, 화광동진(和光同塵)'을...

물(水)과 같은 사람(上善若水)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