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7.인간세(人間世)
:제가 들은 바를 말씀드리지요.(丘請復以所聞)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공자가 계속 말했다.)
"제가 들은 바를 말씀드리지요.(丘請復以所聞)
무릇 외교는(凡交)
가까운 나라와는 반드시 신의로 맺고(近則必相靡以信)
먼 나라와는 반드시 말(言)로써 진실하게 해야 합니다.(遠則必忠之以言)
말(言)이란 반드시 누군가가 가서 전해야 합니다.(言必或傳之)
양쪽 다 기뻐할 말이나 양쪽 다 노여워할 말을 전하는 것은(夫傳兩喜兩怒之言)
천하에 어려운 일입니다.(天下之難者也)
양쪽 다 기뻐하면(夫兩喜)
반드시 지나치게 추켜세우는 말을 많이 한 것이고,(必多溢美之言)
양쪽 다 노여워하면(兩怒)
반드시 지나치게 헐뜯는 말을 많이 한 것입니다.(必多溢惡之言)
무릇 지나친 말은 거짓말입니다.(凡溢之類妄)
거짓말을 하면 믿는 사람이 적어지고(妄則其信之也莫)
믿는 사람이 적어지면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재앙을 받습니다.(莫則傳言者殃)
그러므로 옛말에 이르기를,(故法言曰)
'평소 있는 그대로를 전하고(傳其常情)
지나친 말을 전하지 않으면(無傳其溢言)
거의 안전하다'고 했습니다.(則幾乎全)
또한 기교를 피워 힘을 겨루는 사람은(且以巧鬪力者)
처음에는 떳떳하게 하다가 끝에 가서는 늘 속임수를 씁니다.(始乎陽 常卒乎陰)
지나치게 되면 온갖 기이한 수단을 다 쓰게 됩니다.(泰至則多奇巧)
예의를 갖추어 술을 마실 때에도(以禮飮酒者)
처음에는 점잖게 마시다가 나중에는 늘 어지러워지니,(始乎治 常卒乎亂)
지나치게 되면 괴상한 노래와 춤을 춥니다.(泰至則多奇樂)
모든 일이 다 그러합니다.(凡事亦然)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늘 야비하게 끝납니다.(始乎諒 常卒乎鄙)
시작할 때는 간단했던 일이(其作始也簡)
끝날 무렵에는 반드시 커지고 맙니다.(其將畢也必巨)
말(言)이란 풍파를 일으키는 것이요,(言者 風波也)
행동에는 이해득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行者 實喪也)
풍파가 일어나면 동요하기 쉽고(夫風波易以動)
이해득실이 있으면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實喪易以危)
그러므로 분노가 생기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故忿設無由)
'교묘하게 꾸민 말(巧言)'과 '치우친 말(偏辭) '때문입니다.(巧言偏辭)
짐승이 죽을 때는 마구 악을 쓰고(獸死不擇音)
헐떡헐떡 숨이 거칠어지는데(其息茀然)
이 때 사나운 마음이 생겨납니다.(於是竝生心厲)
사람도 너무 엄격하게 다그치면(剋核太至)
반드시 못된 마음으로 대응하기 마련입니다.(則必有不肖之心應之)
그러면서 스스로는 그런 줄 모르니,(而不知其然也)
참으로 그런 줄 모른다면(苟爲不知其然也)
그 끝이 어찌될 지를 누가 알겠습니까?(孰知其所終)
그러므로 옛말에 이르기를,(故法言曰)
'임금의 명령을 받거든 그 뜻을 고치지 말고(無遷令)
일을 억지로 이루려고 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無勸成)
분수(度, 한도)에 지나치면 넘치게 됩니다.(過度益也)
명령을 고치고 억지로 이루려고 하는 것은(遷令勸成)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입니다.(殆事)
일이 잘 이루어지려면 오랜 세월에 걸쳐 노력해야 합니다.(美成在久)
일이 잘못되면 다시 고치기 어려우니(惡成不及改)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可不愼與)
따라서 '사물의 자연스러움을 타고(乘物)'
'마음을 자유로이 노닐게(遊心)'하며(且不乘物以遊心)
'중(中,道)을 기르며(養中)'
'부득이한 일에 몸을 맡기는 것(託不得已)'이 지극한 경지입니다.(以養中至矣)
어찌 꾸며서 보고하겠습니까?(何作爲報也)
왕명(命)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 못하나,(莫若爲致命)
그게 어려운 일입니다."(此其難者)
※공자(仲尼.. 실제로는 莊子..)는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섭공자고(葉公子高))에게 계속 조언한다.
'욕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일은
처음에는 순조로워 보여도 끝에 가서는 반드시 잘못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일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지나친 말(溢言, 넘치는 말, 꾸며서 하는 말)'..
지나치게 추켜세우거나 지나치게 헐뜯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말(溢言)은 '거짓말(妄言)'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으면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재앙을 받게 된다.
따라서 당신은 '평소 있는 그대로.. 일상의 사실(常情)'을 전하고..
지나친 말(溢言)을 전하지 말라.
그러면 거의 안전할 것이다.(則幾乎全)
※ 또한 당신은 말재간이나 술수(技巧)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기교(奇巧)는.. 도가(道家)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다.
말(言)의 기교나 재간을 통해서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좋게 시작하는 것 같아도
자신이 불리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
끝에는 늘 속임수와 억지를 부리게 된다.
그래서 모든 일이 늘 야비하게, 비루하게 끝나는 것이다.
더욱이 '교묘하게 꾸민 말(巧言)'과 '치우친 말(偏辭) '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렇게 '말(言)'이란 풍파를 일으키는 도구요,
사람들의 행동 이면에는 늘 이해득실을 따르는 욕심이 있게 마련이다.
※ 그러므로 당신은..
임금의 명령을 받거든 그 뜻을 함부로 고치지 말아야 한다.(無遷令)
또한 일을 서둘러서 억지로 이루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無勸成)
어떻게든 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혹시 일을 이루지 못하면 받게 될 처벌이 두려워서..
(그런 마음도 다 욕심이다.)
당신이 중간에서 재간(技巧)을 부려
왕명, '임금이 전하라고 한 말'을 고치거나 꾸민다면(遷令)..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사신(使臣)의 일이란 '말을 전하는 것'인데..
당신이 전하는 말(言)이 한번 신뢰와 믿음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모든 일이란 오랜 세월에 걸쳐 노력해야만 이루어진다.
즉 서로 간에 나라 간에 충분한 신뢰와 믿음이 쌓여야만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 그러므로 당신은.. 가장 지극한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
'승물이유심(乘物以遊心)'..
「소요유(逍遙遊)」에서 처럼.. '노니는 마음(遊心)'으로..
'외물(物)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외물을 타며 (乘物)..
즉, 제(齊)나라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마음과 하나되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乘物)..
'탁부득이이양중(託不得已以養中)'..
안으로 道(中正)를 키우며..(養中)..
즉, 마음을 기르고.. 자신을 다스리면서..
마지못할 일을 몸으로 감당한다..(託不得已)
즉, 사신으로서 주어진 소임을 의연하게 감당하는 것이다.
어찌 일의 성패에 집착하고
자신의 안위에 연연하여..
임금의 말을 꾸미거나 바꾸고.. 억지로 관철시키려고 하겠는가?
오직 '전해야 할 말을 전할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