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5.인간세(人間世)
:회(回)가 아직 가르침을 받기 전에는(回之未始得使)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안회가 말했다.(顔回曰)
"회(回)가 아직 가르침을 받기 전에는(回之未始得使)
스스로 회(回)인줄 알았습니다.(實自回也)
이제 가르침을 받으니(得使之也)
회(回)가 있지 않습니다.(未始有回也)
이제는 텅 비었다(虛)고 할 수 있는지요?"(可爲虛乎)
공자가 말했다.(夫子曰)
"극진하다!(盡矣)
내가 네게 얘기해주마.(吾語若)
너는 위나라의 울타리(樊) 안에 들어가 노닐더라도(若能入遊其樊)
명예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而無感其名)
받아들이면 말하고(入則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쳐야 한다.(不入則止)
문이 없고(無門)
담장도 없다.(無毒)
우주를 하나로 여기며(一宅)
마지 못할 때에만 움직인다면(而寓於不得已)
거의 道에 가깝다.(則幾矣)
아예 발길을 끊고 숨기는 쉽지만(絶迹易)
속세에 살면서 자취를 남기지 않기는 어렵다.(無行地難)
사람의 부림을 받는 사람은 속이기 쉽지만(爲人使 易以僞)
하늘의 부림을 받는 사람은 속이기 어렵다.(爲天使 難以僞)
날개를 가지고 난다는 말은 들었지만(聞以有翼飛者矣)
날개가 없이도 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未聞以無翼飛者也)
지혜가 있어서 안다는 말은 들었지만(聞以有知知者矣)
무지(無知)로써 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未聞以無知知者也)
저 문 닫힌 방을 보라.(瞻彼闋者)
텅 빈 방에 문틈으로 햇살이 비추어 밝아진다.(虛室生白)
상서로운 것은 고요한 곳에 머무나니,(吉祥止止)
마음이 고요한 곳에 머물지 않으면(夫且不止)
이런 사람을 일러 '좌치(坐馳)'라고 한다.(是之謂坐馳)
귀와 눈으로 감각한 것이 마음으로 들어와(夫徇耳目內通)
헤아려 아는 지혜(心知)를 둘러싸면(而外於心知)
귀신이 와서 머물게 된다.(鬼神將來舍)
하물며 사람이야!(而況人乎)
이것은 만물에 끌려다니는 것이니,(是萬物之化也)
우(禹)임금과 순(舜)임금도 그렇게 얽매여 있었고(禹舜之所紐也)
복희(伏戱)씨와 궤거(几籧)씨도 종신토록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伏戱几籧之所行終)
하물며 평범한 사람이야 어떠하겠느냐?"(而況散焉者乎)
※ 안회(顔回)는 공자(仲尼)의 가르침에 따라 '심재(心齋)'를 수행하고 나서 말한다.
"제가 마음을 재계하기 전에는
제 안에 제 자신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實自回也)
이제 마음을 재계하니 처음부터 저는 없었습니다.(未始有回也)"
안회는 비로소 무심(無心), 무아(無我), 무위(無爲)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 그러자 공자(仲尼)는 말한다.
"그만하면 되었다. 다 되었다. 극진하다!(盡矣)!"
공자(仲尼)는 안회(顔回)의 말을 듣고, 안회가 거의 道를 얻었음을 알았다.
이제 공자(仲尼)는 안회(顔回)를 위나라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장차의 방도를 알려준다.
먼저 상대가 받아들이면 말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라.
굳이 일부러 문(門)을 내어 인도하지도 말고(無門)
굳이 일부러 담장(壔)을 쳐서 막는 일도 없어야 한다..(無毒, 無壔)
다만 우주를 하나로 여기며(一宅)..
모든 일을 꼭 부득이한 경우에만..
마지못해서 말하고.. 마지못해서 실행한다면..(無爲之行)
거의 위험을 피할 수 가 있고,
거의 일을 이룰 수 가 있을 것이다.(則幾矣)
속세(俗世)에 발길을 끊고 숨어 사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그러나 속세(俗世)에 머무르며 온갖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한결같이 道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은..
마치 진흙땅을 걸어다니면서 자취를,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 사람의 부림을 받는 사람, 즉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爲人使)
그 자신이 욕심이 있기 때문에 속이기 쉽다.
그러나 하늘의 부림을 받는 사람, 즉 하늘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爲天使)
욕심이 없기 때문에 속이기가 어렵다.
그것은 마치 하늘을 속이기 어려운 것과 같다.
그런 사람은(爲天使, 天使)
'날개가 없이도 나는 사람(神仙)'이며,
'무지(無知)의 지혜'로써 아는 사람이다.(神人)
※ 저 문 닫힌 '텅 빈 방 안'에(虛室)
문틈으로 '햇살'이 비추어 밝아진다.(生白)
이처럼 욕심 없는 '텅 빈 마음'에(虛室)
'신성의 빛'이 밝게 비춰진다!(生白)
여기서 '방의 문이 닫혔다'는 것은
그가 바로 '금촉(禁燭)의 상태' 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텅 빈 고요한 마음'에..(虛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지감(止感)과 금촉의 상태(禁燭)'에 있을 때에..
'상서로운 것(吉祥)'이 거기에 머무나니,
비로소 '신성(神性)의 빛', '깨달음의 빛(悟星)'이 밝게 비추는 것이다.(生白)
그러나 만약 그의 마음이 고요하고 텅 빈 곳에 머무르지 못한다면..
이런 사람을 일러 '좌치(坐馳)'라고 한다.
'좌치(坐馳)'란.. '비록 몸은 여기에 앉아 있지만..
그 마음은 욕심으로 가득 차 이리 저리 말 달리듯 치닫는 것'을 말한다.
※ 그러면 '좌치(坐馳)'의 상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귀와 눈으로 감각(感覺)한 것이.., 즉 외물(外物)의 세계가..
우리 몸의 감각기관(眼耳鼻舌身)과 신경세포를 통해서
마음(腦)으로 들어와 기억으로 저장된다.
그 기억은 우리에게 고정관념과 지식, 편견으로 자리잡으며
욕심, 욕망을 만들어낸다.(內通)..
그렇게 해서 생겨난 욕심, 욕망이
마음으로 헤아려 알음알이로 아는 지혜(心知)를 둘러싸게 되면..
'본래의 밝은 마음, 밝은 지혜(本性, 神性)의 빛'이 차단된다.
그렇게 더 이상 빛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방(사람의 어두운 마음)'에는
귀신(鬼神)이 와서 살게 된다.
그러면 사람의 마음은 견디지 못하고
이리 저리 만물(외물)에 끌려다니게 된다.(萬物之化)
장자(莊子)는.. 마치 그 모습이 '말을 타고 내달리는 것(馳)'과 같고,
'귀신(鬼神)에게 끌려다니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예로부터 성군(聖君)으로 불려왔던..
우(禹)임금과 순(舜)임금도 그렇게 욕심에 얽매여 있었고(禹舜之所紐也)
복희(伏戱)씨와 궤거(几籧)씨도 종신토록 욕심에 끌려다니며,
즉 외물(外物, 외부세계와 감각)에 끌려다니며.. 살았던 것이다.(伏戱几籧之所行終)
※ 공자(仲尼)는 안회(顔回)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행동을 통제하고자 한 게 아니었다.
다만 스승은 제자에게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오직 심재(心齋)하라! 심재(心齋)하라!
그런 뒤에는 자유롭게 무엇을 해도 좋다!
아무 걸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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