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4.인간세(人間世)
:제게는 더 나은 방법이 없습니다.(吾無以進矣)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안회가 말했다.(顔回曰)
"제게는 더 나은 방법이 없습니다.(吾無以進矣)
감히 그 방법을 여쭙습니다"(敢問其方)
공자가 말했다.(仲尼曰)
"재계하라!(齊)
내가 네게 얘기해 주마.(吾將語若)
유위(有爲)로써 하는데 어찌 쉽게 되겠느냐?(有而爲之 其易邪)
쉽다고 한다면 저 밝은 하늘도 마땅치 않게 여기실 것이다."(易之者 皞天不宜)
안회가 말했다.(顔回曰)
"저의 집은 가난해서(回之家貧)
술과 양념한 채소를 먹지 못한 지 여러 달이 됩니다.(唯不飮酒不茹葷者 數月矣)
이만하면 재계했다고 할 수 있는지요?"(若此則可以爲齊乎)
공자가 대답했다.(曰)
"그것은 제사지낼 때의 재계는 될지언정,(是祭祀之齊)
마음의 재계(心齊)는 아니다."(非心齊也)
안회가 다시 물었다.(回曰)
"감히 마음의 재계(心齊)에 대해 여쭙습니다."(敢問心齊)
공자가 말했다.(仲尼曰)
"너는 뜻을 한결같이 해서(若一志)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듣는 것은 귀에서 그치고(聽之於耳)
마음은 느낌에서 그치지만(心之於符)
기(氣)는 텅 비어 있으면서 만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氣也者 虛而待物者也)
오직 道는 텅 빈 곳(虛)에 모이는 것이니,(唯道集虛)
'텅 비게 하는 것(虛者)'이 마음의 재계다."(虛者 心齊也)
※ 재(齊)는 '재계(齋戒)'다.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 7일 전부터 부정(不淨)한 것을 피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말한다.
'여훈(茹葷)'은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갖은 양념(葷)'을 한 채소를 먹는 것이니,
이것은 양념 냄새가 나기 때문에 재계(齋戒)하는 동안에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안회(顔回)는 집이 가난해서 어차피 술과 훈채(葷菜)를 먹을 수가 없었다.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는 공자(仲尼)가 감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질도다, 회(回)여! 한 그릇 밥과 한 바가지 물로 누추한 곳에 살면서
다른 사람 같으면 그 고생을 견디지 못할 터인데
회(回)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는구나. 어질도다, 회(回)여!"
그러므로 안회(顔回)는 평소의 삶이 재계의 삶이었고,
공자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러나 공자(仲尼)는 안회(顔回)의 평소의 삶은 제사지낼 때의 재계(齋戒)로는 충분하지만,
'마음의 재계(心齊)'는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마음 속에 무언가를 잔뜩 채우고서.. 미리 속셈을 품고서..
사심(私心)을 갖고서.. 유심(有心)으로.. 유위(有爲)로써 일한다면 (有而爲之)
그 일이 쉽게 되겠느냐?
그런 사람은 저 밝고 푸른 하늘이 마뜩찮게 여기실 것이다.
그것은 '자연(無爲自然)의 道'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참된 道를 아는 사람은..
오직 무심(無心)으로 일할 뿐이며, 무위(無爲)로써 일할 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재계(心齊)'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자(仲尼, 실제로는 莊子..)는 말한다.
※ 그렇다면 '마음의 재계(心齊)'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공자(仲尼, 실제로는 莊子..)는 말하기를..
먼저, "너는 뜻을 한결같이 하라!(若一志)"
'뜻이 한결같다(一志)'는 것은.. 전일집중(全一執中)해서
뜻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니, 바로 '지감(止感)'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지감(止感)'의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일심(一心)'으로 하게 된다.
일심(一心)은 곧 '무심(無心)'이니,
그것이 바로 '도심(道心)'이다.
※ 이런 지감(止感)의 상태에서.. 즉 도심(道心)의 상태에서는..
만물(萬物)의 소리를 들을 때에
귀(耳)로 듣지 않고 마음(心)으로 듣게 된다.
더 나아가 마음(心)으로 듣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氣)로 듣게 된다.
그렇게 더 이상 '귀(耳)'라는 감각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매이지 않고
'마음(心)'으로 듣게 되면,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마음(心)'이라는 것도 그 대상과 느낌(感)으로 맞을 때에만(符)
깊이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니..
혹여 마음(心)이 맞지 않는다면 헤아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心)에도 머물지 말고 반드시 '기(氣)'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기(氣)'는 '텅 비어 있는 상태', 즉 '허(虛)'를 의미한다.
※ '기(氣)'는.. 텅 비어 있으면서(虛)...
만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氣也者 虛而待物者也)
'기(氣)'는 오직 '텅 비어 있기 때문에(虛)'...
'무심(無心)'하기 때문에..
만물(萬物)을 오고 가는 대로 받아들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너와 나를, 이것과 저것을,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텅 비어 있기 때문에(虛)'..
'기(氣)'는 만물과 통하여.. '하나(一, 道)'가 될 수 있다.
오직 道는 '텅 비어있는데(虛)'에 모이는 것이니,(唯道集虛)..
그렇게 마음을 텅 비워버리면.. 道와 하나(一, 道)될 수 있다.
만물(萬物)과 하나(一, 道)될 수 있다.
'기(氣)'를 통해서 만물(萬物)과 하나(一, 道)되면
아무 걸림없이 만물(萬物)에 대응할 수 있다.
바로 '텅 비어있는 것(虛者)'이 '지감(止感)'의 상태이며,
이것이 '마음의 재계(心齊)'다.
이 '마음의 재계(心齊)'를 이룬 사람이..
도인(道人)이며, 신선(神仙)이며, 대자유인(大自由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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