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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공개)/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4-3.인간세(人間世):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은 텅 비게 하며(端而虛)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11. 5.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3.인간세(人間世)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은 텅 비게 하며(端而虛)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안회(顔回)가 말했다.(顔回曰)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비우며(端而虛)

부지런히 힘쓰며 한결같으면 되겠습니까?"(勉而一 則可乎)



공자(仲尼)가 말했다.(曰)

"아, 어찌 되겠느냐?(惡, 惡可)

위나라 임금은 원래 강하게 타고난 기운으로(夫以陽爲充)

매우 뽐내고 얼굴빛은 일정치 않아서(孔陽 采色不定) 

보통 사람은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常人之所不能爲)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억누르고(因安人之所感)

제 마음대로 복종하기를 요구할 것이다.(以求容與其心)

그런 사람을 두고 '날마다 조금씩 쌓는 德조차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다.(名之曰 日漸之德不成)

하물며 큰 德을 이루었겠느냐?(而況大德乎)

그는 고집불통이어서 감화되지 않을 것이다.(將執而不化)

겉으로는 듣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반성하지 않을 것이니(外合而內不자)

어찌 될 리가 있겠느냐?"(其庸거可乎)



안회(顔回)가 다시 말했다.(回曰)

"그렇다면 저는 안으로는 마음을 바르게 하고 밖으로는 몸을 굽혀(然則我內直而外曲)

무슨 일을 하든지 옛 사람의 가르침에 맞추어 하겠습니다.(成而上比)

안으로 마음이 바른 사람은 '하늘의 벗(與天爲徒)'이 됩니다.(內直者 與天爲徒)

하늘의 벗이 된 사람은(與天爲徒者)

천자도 자신도 모두 '하늘의 자식(天之所子)'인 줄 압니다.(知天子之與己 皆天之所子)

그러니 어찌 자기 말이라고 해서 남들이 좋게 여겨주기를 바라거나(而獨以其言 蘄乎而人善之)

남들이 좋지 않게 여겨주기를 바라겠습니까?(蘄乎而人不善之邪)

이런 사람을 '어린아이(童子)'라고 하며(若然者 人謂之童子)

하늘의 벗이라고 합니다.(是之謂與天爲徒)

또한 밖으로 자신을 굽히는 사람은(外曲者)

'사람의 벗(與人之爲徒)'이 됩니다.(與人之爲徒也)

홀을 잡은 손을 높이 들고 무릎을 꿇고 앉으며(擎跽)

허리를 굽혀 절하는 것은(曲拳)

남의 신하된 사람의 예법입니다.(人臣之禮也)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 것을(人皆爲之)

저라고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까?(吾敢不爲邪)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면(爲人之所爲者)

남들도 저를 헐뜯지 않을 것입니다.(人亦無자焉)

이런 사람을 사람의 벗이라고 합니다.(是之謂與人爲徒)

또한 무슨 일을 하든지 옛 사람의 가르침에 맞추어 하는 사람은(成而上比者)

'옛 사람의 벗(與古爲徒)'이 됩니다.(與古爲徒)

비록 그  말이 가르치고 꾸짖는 내용이지만(其言雖敎 謫之實也)

모두 옛 사람의 가르침이요,(古之有也)

제 것은 아닙니다.(非吾有也)

그렇게 한다면 그 말이 곧아도 병통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若然者 雖直而不病)

이런 사람을 옛 사람의 벗이라고 합니다.(是之謂與古爲徒)

이렇게 한다면 괜찮겠습니까?(若是則可乎)



공자(仲尼)가 말했다.(仲尼曰)

"아아! 어찌 되겠느냐?(惡, 惡可)

남을 바로잡으려는 방법이 너무 많아서(大多政法)

안심할 수가 없다.(而不諜)

비록 고루해서 죄를 받는 것은 면하더라도(雖固亦無罪)

거기서 그칠 뿐이니,(雖然 止是耳矣)

어찌 남을 감화시킬 수 있겠느냐?(夫胡可以及化)

여전히 자기 마음을 따라 고집해 보는 것일 뿐이다.(猶師心者也)




※ 안회(顔回)는 스승인 공자(仲尼)

道는 잡스러운 것을 꺼린다고 하며,(夫道不欲雜)

聖人도 명예와 실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하자,


그렇다면 자신은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비우며(端而虛)

부지런히 힘쓰며 한결같이 하겠다'고 대답한다.(勉而一)


그러자 공자(仲尼)는 탄식하며 역시 안 된다고 말한다.(惡, 惡可)


위(衛)나라 임금은 타고난 氣가 세고 오만하며 고집불통이어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 그러자 안회(顔回)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방법을 설명한다.


먼저 안으로는 마음을 곧고 바르게 갖지만, 

밖으로는 자신을 굽혀 공손하게 남들과 같이 행동하겠다고 말한다.(內直而外曲) 


 안으로 마음이 바른 사람(內直)은 '하늘의 벗'이 된 사람이니,

그는 하늘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초연할 수 있고,

남들이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흔들림없이 '곧은 마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밖으로 자신을 굽히는 사람(外曲)은 '사람의 벗'이 된 사람이니,

그는 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남들이 지키는 예(禮)를 따라서 지키기 때문에 헐뜯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견해로 하지 않고 옛 사람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말한다.(成而上比)


무슨 말을 하거나 무슨 일을 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그것이 이미 옛 사람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말 때문에 해를 입거나 남들의 질시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공자(仲尼)는 이런 안회(顔回)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탄식한다.


공자(仲尼)는 안회(顔回)에게 '남을 바로잡는 방법'이 너무 많아서..

또는 '정치방법'이 너무 많아서..(大多政法)..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즉 공자(仲尼)는 (실제로는 장자莊子..) '방법이 많은 것(大多政法)'을 못마땅해 한다.

방법이 많다는 것은 '생각이 많다'는 것이고,

그 생각이 '병통'이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으로는, '방법(수단)'으로는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이거나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회(顔回), 너의 생각과 방법으로는.. 고작 죄를 받는 것은 면하겠지만,

사람을 감화시킬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다.


왜냐하면 너는 겉으로는 남들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여전히 자신의 어떤 생각, 일정한 견해, 고정관념을 갖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전히 그저 자기 마음을 따라 고집해 보는 것일 뿐이다. (猶師心者也)..



여기서 '사심(師心)'은 ' 제 마음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이니,

먼저 자신의 생각을 굳히고 그 생각에 상대방을 맞추게 한다는 뜻이다.


그 '생각'과 '방법'이.. 안회(顔回)가 일할 때 '무념(無念)', '무심(無心)'이 되는 것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그 '생각'과 '방법'이.. 안회(顔回)가 일할 때 '무기(無己)', '무명(無名)', '무공(無功)'이 되는 것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그 '생각과 '방법'에 대한 집착이

'위무위(爲無爲)'를 막을 것이며,

'자연의 道(無爲自然)'에서 어긋나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안회(顔回)는 실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