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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황지우- 소나무에 대한 예배 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 2015. 12. 14.
김종길- 성탄제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 2015. 12. 10.
곽재구- 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내리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 2015. 12. 9.
서정주- 동천冬天 동천冬天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매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즈믄 밤: 천千 날의 밤, 1000일의 밤 (달맞이꽃) 2015.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