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 2015. 12. 23. 서정주- 무등無等을 보며 무등無等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 2015. 12. 21.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 2015. 12. 18.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 2015. 12. 16.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8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