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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

천양희- 오래된 골목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5. 29.








오래된 골목



천양희




길동 뒷길을 몇번 돌았다

옛집 찾으려다 다다른 막다른 길

골목은 왜 막다르기만 한 것일까

골과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길 안에 섰다

골을 넘어가고 싶은 목을 넘어가고 싶은 골목이

담장 너머 높은 집들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것은 저게 아닌데

높은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낮은 지붕들이 중얼거린다

나는 잠시 골목 끝에 서서

오래된 것은 오래되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나무 오래된 미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나무가 미래일까

미래도 없이 우린 너무 오래되었다

오래된 몸이 막다른 골목 같아

오래된 나무 아래 오래 앉아본다

세상의 나무들 모두 무우수(無憂樹) 같아

그 자리 비켜갈 수 없다

나는 아직 걱정없이 산 적 없어

무우(無憂), 무우 하다 우우, 우울해진다

그러나 길도 때로 막힐 때가 있다

막힌 길을 골목이 받아적고 있다

골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고

옛집 찾다 다다른 막다른 길

너무 오래된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