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백무산
모내기를 끝낸 들판에 어둠이 내립니다
저녁 뜸에 자던 바람이 문득 우수수 벼를 쓸고 갑니다
국도를 바삐 달리는 키 큰 화물차들의 꽁지에
하나 둘 빨간 불이 켜집니다
논공단지 여공들이 퇴근 버스를 기다리는 길가
들을 가로질러 뜸부기가 뜽뜽 울며 납니다
베트남에서 온 여공 하나가 작업복 잠바에 손을 찌르고
고향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그 하늘에 주먹별 하나 글썽입니다
서녁 먼 곳으로 가 버린 사람아
그대 없는 이 곳이 내게도 먼 이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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