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권혁웅-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권혁웅 그해 여름 정말 돼지가 우물에 빠졌다 멱을 따기 위해 우리에서 끌어낸 중돈이었다 어설프게 쳐낸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돼지는 우물에 뛰어들었다 우물 입구가 낮고 좁았으므로 돼지는 우아하게 몸을 날렸다 자진하는 슬픔을 아는 돼지였다 사람들이 .. 2018. 3. 25. 윤고은- 밤의 아주 긴 테이블 밤의 아주 긴 테이블 윤고은 내 집은 여기 안달루시아 그 중에서도 세비야 미스테솔 거리 74번지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 이야기하려면 좀 길지 오랫동안 너를 보지 못했지 수많은 밤이 흘러갔지 그러나 밤은 테이블일 뿐 긴 밤은 조금 더 긴 테이블일 뿐 너와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 2018. 3. 22. 이성복-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이성복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2018. 3. 21. 신경림-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신경림 아주 먼 데. 말도 통하지 않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먼 데까지 가자고. 어느날 나는 집을 나왔다. 걷고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몇날 몇밤을 지나서. 이쯤은 꽃도 나무도 낯이 설겠지, 새소리도 짐승 울음소리도 귀에 설겠지, 짐을 풀고 찾아들어.. 2018. 3. 16.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8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