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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신혜경- 밥 한 그릇 속에는 밥 한 그릇 속에는 신혜경 밥 한 그릇 담는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엄숙한 기도의 한 순간이다 김 오르는 밥 한 주먹씩 옮길 때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대를 이어 속으로 외던 주술같은 수많은 말들...... 밥그릇엔 밥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부터 밥그릇 채울 .. 2018. 4. 26.
조성국- 운주사 와불 운주사 와불 조성국 누워 있는 것이 아니다 걷고 있는 거다 저문 하늘에 빛나는 북극성 좌표 삼아 천지간을 사분사분 밟으며 오르고 있다 등명(燈明)의 눈빛 치켜뜬 연인과 나란히 맞댄 어깻죽지가 욱신거리도록 이 세상 짊어지고 저 광활한 우주로 내딛는 중이다 무릇 당신도 등짐 속의 .. 2018. 4. 24.
권혁웅- 돈 워리 비 해피 개불알풀 돈 워리 비 해피 권혁웅 1. 워리는 덩치가 산만한 황구였죠 우리집 대문에 줄을 매서 키웠는데 지 꼴을 생각 못하고 아무나 보고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통에 동네 아줌마와 애들, 여럿 넘어갔습니다 이 피멍 좀봐, 아까징끼 값 내놔 그래서 나한테 엄청 맞았지만 우리 워리.. 2018. 4. 18.
장석남- 봉숭아를 심고 봉숭아를 심고 장석남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 2018.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