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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정호승- 사랑 사랑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 2018. 8. 16.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 2018. 8. 13.
이상국- 쫄딱 쫄딱 이상국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순식간에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 살쯤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하시냐니까 우리 아빠.. 2018. 6. 27.
최승호- 비 비 최승호 장맛비 억수같이 쏟아지고 천둥벼락 치는 밤, 숙직실로 개구리가 한 마리 찾아왔다. 비에 젖은 손님, 입이 큰 손님, 개구리는 방으로 불쑥 뛰어들어와 한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슬금슬금 기어가 구석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 의젓한 좌선의 자세, 개구리는 면벽으로 나는 뜬 .. 2018.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