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이 곳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내린 길을 더듬어 걷다가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토끼의 발자국 같았습니다.
아마 눈이 내린 첫 길을 그 짐승이 지나갔나 봅니다.
그 발자국이 너무나 곱고 아름다워
그 발자국을 따라갔습니다.
어느 틈에 눈이 다시 내렸는지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나도 모르게 따라간 길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내 발자국도 선명하게 찍혀져 있더군요.
그러나 토끼의 발자국처럼 아름답지 못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어찌 내 발자국을 그 작고 아름다운 미물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삶은 그렇듯이 살아온 길에 대한 흔적입니다."
(경봉스님의 편지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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