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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1005

김종길- 성탄제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 2015. 12. 10.
곽재구- 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내리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 2015. 12. 9.
서정주- 동천冬天 동천冬天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매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즈믄 밤: 천千 날의 밤, 1000일의 밤 (달맞이꽃) 2015. 12. 7.
함민복- 서울역 그 식당 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를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 2015.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