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공개)1005 이병률- 아무 것도 아닌 편지 아무 것도 아닌 편지 이병률 어느 먼 지방 우체국 사서함 번호가 찍힌 편지가 배달되었네 면회를 와 달라는 어느 감옥에서 보낸 편지 봉투엔 받는 이의 이름만 다를 뿐 버젓이 내 집 주소가 적혀 있었네 오래 책상 위에 올려둔 알지 못하는 이의 편지 화분이 편지봉투 위로 마른 꽃잎들을 .. 2017. 6. 5. 천양희- 오래된 골목 오래된 골목 천양희 길동 뒷길을 몇번 돌았다 옛집 찾으려다 다다른 막다른 길 골목은 왜 막다르기만 한 것일까 골과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아 엉거주춤 나는 길 안에 섰다 골을 넘어가고 싶은 목을 넘어가고 싶은 골목이 담장 너머 높은 집들을 올려다본다 올려다볼 것은 저게 아닌데 높.. 2017. 5. 29. 백무산-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백무산 모내기를 끝낸 들판에 어둠이 내립니다 저녁 뜸에 자던 바람이 문득 우수수 벼를 쓸고 갑니다 국도를 바삐 달리는 키 큰 화물차들의 꽁지에 하나 둘 빨간 불이 켜집니다 논공단지 여공들이 퇴근 버스를 기다리는 길가 들을 가로질러 뜸부기가 뜽뜽 .. 2017. 5. 27. 정호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정호승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 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 2017. 5. 25. 이전 1 ··· 206 207 208 209 210 211 212 ··· 2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