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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정지용- 유리창1 유리창1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 2017. 12. 25.
박용래- 월훈(月暈) 월훈(月暈) 박용래 첩첩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 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 2017. 12. 16.
천양희- 한밤중에 혼자 한밤중에 혼자 천양희 한밤중에 혼자 깨어 있으면 세상의 온도가 내려간다 간간이 늑골 사이로 추위가 몰려온다. 등산도 하지 않고 땀 한 번 안 흘리고 내 속에서 마주치는 한계령 바람소리. 다 불어버려 갈 곳이 없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 2017. 12. 11.
김동명- 수선화 수선화 김동명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 위를 날으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 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가슴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 2017.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