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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1005

나태주- 아내/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얼레지꽃 아내 나태주 새각시 새각시 때 당신에게서는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번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도 모르게 눈을 감곤 했지요 그건 아직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 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 밥은 .. 2016. 6. 15.
마종기- 정신과병동 카네이션 정신과 병동 마종기 비 오는 가을 오후에 정신과 병동은 서 있다. 지금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겨울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 몇 살이냐고요? 오백두 살입니다. 내 색시는 스물한 명이지요. 고시를 공부하다 지쳐버린 튼튼한 이 청년은 서 있다. 죽어버린 나무가 웃는.. 2016. 6. 6.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한다. 물망초 별까지는 가야 한다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든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들인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 2016. 5. 30.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2016.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