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청포도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이육사- 광야(廣野) 광야(廣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랍비 주시아- 도둑에게서 배울 점 도둑에게서 배울 점 랍비 주시아(하시딤) 도둑에게서도 다음의 일곱 가지를 배울 수 있다.그는 밤 늦도록까지 일한다.그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다음날 밤에 또다시 도전한다.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모든 행동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낀다.그는 적은 소득에도 목숨을 건다.그는 아주 값진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몇 푼의 돈과 바꿀 줄 안다.그는 시련과 위기를 견뎌낸다. 그런 것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막스 에르만-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막스 에르만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어느 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친구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무시를 당한 여종업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난 지금 그 친구의 무덤 앞에 서 있다.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그는 이제 땅 속에 누워 있다.그런데 그 10분 때문에 그토록 화를 내다니.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 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함께 참깨를 턴다.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얼마든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이해인- 꿈길에서 2 꿈길에서 2 이해인 나는 늘 꿈에도 길을 가지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멀고도 좁은 길을 낯익은 사람 낯선 사람 꿈속에선 모두 가까운 동행인이 되지 꿈속의 길이라고 더 새롭지도 않은 나의 평범한 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깨어나서도 흘러가는 나의 시간들 마음도 걸음도 흩어지지 않으려고 꿈에도 연습을 많이 했지 나를 길들이며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아름다운 이웃으로 문을 열고 싶었지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백거이- 대주 (對酒 其二, 술잔을 앞에 놓고 2) 대주 (對酒 其二, 술잔을 앞에 놓고 2) 백거이(白居易, 772년~846년)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는가(蝸牛角上爭何事)부싯돌 번쩍이듯 찰나에 맡긴 이 몸(石火光中寄此身)부귀는 부귀대로 빈천은 빈천대로 즐기리(隨富隨貧且歡樂)입을 벌려 웃지 못하면 그가 곧 바보라네.(不開口笑是痴人)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不開口笑是癡人 불개구소시치인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2025.07.07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 대부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 대부분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에도 계속 노력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데일 카네기) 바람의 방/지구에서의 나날들 2025.07.07
언젠가 날기를 배우려는 사람은 "언젠가 날기를 배우려는 사람은 우선 서고, 걷고, 달리고, 오르고, 춤추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사람은 곧바로 날 수는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 바람의 방/지구에서의 나날들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