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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6-10.대종사(大宗師):얼마 후에 이번에는 자래(子來)가 병이 들어 (俄而子來有病)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7. 13.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6-10.대종사(大宗師)

:얼마 후에 이번에는 자래(子來)가 병이 들어 (俄而子來有病)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산책』, 이아무개, 삼인)




얼마 뒤에 이번에는 자래(子來)가 병이 들어 (俄而子來有病)

숨을 몰아 쉬는 것이 곧 죽을 것 같았다.(喘喘然將死)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둘러앉아 울고 있었다. (其妻子環而泣之)

자리(子犁)가 문병을 와서 말했다.(子犁往問之 曰)

"쉬, 저리 비키시오.(叱避)

죽어가는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마시오."(無怛化)



자리(子犁)는 방문에 기대 서서 병자에게 말했다.(依其戶 與之語曰)

"참, 대단하구나, 조화주는 또 자네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걸까? (偉哉造化 又將奚以汝爲)

자네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將奚以汝適)

자네를 쥐의 간으로 만들려는 걸까?(以汝爲鼠肝乎)

벌레의 팔뚝으로 만들려는 걸까?"(以汝爲蟲臂乎)



자래(子來)가 말했다.(子來曰)

"부모의 명령이라면 자식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는다네. (父母於子東西南北唯命之從)

음양(陰陽)은 사람에게 부모보다 더 하다네. (陰陽於人 不翅於父母)

음양이 나를 죽음으로 이끄는데(彼近吾死)

내가 따르지 않는다면 (而我不聽)

그것은 내가 고집을 피우는 것일 뿐,(我則悍矣)

어찌 음양을 탓하겠나?(彼何罪焉)

대지(大塊)는 내게 형체를 주어 태어나게 하고 (夫大塊載我以形)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고 (勞我以生)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佚我以老)

죽음을 주어 쉬게 한다네.(息我以死)

그러므로 내 삶을 좋다고 하듯이 (故善吾生者)

내 죽음도 좋다고 한다네.(乃所以善吾死也)



이제 훌륭한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데(今大冶鑄金)

쇠가 펄펄 뛰면서 말하기를, (金踊躍曰)

'나는 꼭 막야(鏌鋣)가 되겠다'고 한다면(我且必爲鏌鋣)

대장장이는 그 쇠를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길 걸세.(大冶必以爲不祥之金)

마찬가지로 내가 한번 사람의 꼴을 쓰고 태어났다고 해서(今一犯人之形)

'나는 사람이 될래요, 나는 사람이 될래요'한다면 (而曰人耳人耳)

조화주는 반드시 나를 고약하다고 여길 것이네.(夫造化者 必以爲不祥之人)

이제 내가 천지를 큰 용광로로 여기고 (今一以天地爲大鑪)

조화주를 훌륭한 대장장이로 생각한다면 (以造化爲大冶)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간들 다 좋지 않겠나?(惡乎往而不可哉)

자래(子來)는 스르르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처럼 세상을 떠났다. (成然寐 蘧然覺)




※이번에는 네 친구 중에서 자래(子來)가 병이 들었다.

곧 죽을 것 같은데, 자리(子犁)가 문병을 와서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말한다.


"쉬! 울지 마시오. 죽어가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시오.

죽음(化, 변화)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無怛化)"



그러고는 누워 있는 자래(子來)에게 천연덕스럽게 묻기를, 

"조화주가 다음 번에는 자네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까?

쥐의 간이나 벌레의 다리를 만들까?"
 

여기서 쥐의 간이나 벌레의 다리는 '미물(微物)', '하찮은 사물'을 의미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리(子犁)의 말이 섭섭하고 화났겠지만, 자래(子來)는 道人이다.

그는 친구의 말 속 깊은 뜻을 알아듣고, 조용히 말한다.


"음양(陰陽)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면

나는 고집 피우지 않고 따르겠네."


'음양(陰陽)'은 음양의 조화에 따른 '사물의 변화, 자연의 변화(化)'이니,

자래(子來)에게는 곧 '죽음'을 뜻한다.



사람과 사물이 '음양의 조화, 자연의 변화(化)'를 따르는 것은

마치 자식이 부모를 따르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自然)'은 '생명을 준 부모, 생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지부모(天地父母)'라고도 한다.




※자래(子來)는 죽음을 '자연이 주는 휴식'이라고 말한다.


"대지는(자연은) 내게 몸을 주어 태어나게 하고,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한다네.

그러니 삶이 좋은 것 만큼 죽음도 좋은 것이라네."



다만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 뒤의 삶'을 모르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선도(仙道)에서 말하기를... 

사람이 죽으면 '혼비백산(魂飛魄散)'한다.


사람의 '몸(魄)'과 '마음(魂, 영혼)'의 실체는 모두 氣다. 모두 에너지다.


사람이 죽으면, 가벼운 혼(魂)의 에너지는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魂飛),

무거운 몸(魄)의 에너지는 땅에 묻혀서 삭고 분해되어 흩어진다(魄散).



하늘로 올라간 혼의 에너지는 그 밝기에 따라(의식의 성장만큼)

다양한 영계(靈界)로 가기도 하고,

깨달은 아주 밝은 영혼은 신명계(神明界)로 간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땅에 묻혀 흩어진 몸의 에너지는 영양분이 되어

또 다른 생명체가 나고 자라고 활동할 수 있도록 '먹이'가 되어준다.


우리가 먹는 밥, 광천수, 호박, 옻닭, 아이스크림, 커피 등은 모두

 다른 죽은 생명체의 몸에서 온 것이다.



 '자연의 변화(化)'를 통해서 그 모습을 바꿨을 뿐이다.


만물은 본래 '하나의 氣(一氣)'에서 왔고,

'하나(一)'의 에너지이며,

그렇게 '하나의 道(一)'에서 나왔다가 다시 '하나의 道(一)'로 돌아간다.



그러니 자리(子犁)의 말처럼.. 죽어서 쥐의 간이나 벌레의 다리가 된다는 말은

노여워할 말이 아니다.


그뿐 아니라 몸은 죽어서 장미도 되고, 모기와 파리도 되고,

고양이도 되고, 플랭크톤도 될 수 있으니,

알고 보면 하늘과 땅 사이에 '나' 아닌 것이 없다.




그렇게 볼 때에 '죽음(化, 변화)'이 그저 두려워해야 할 일은 아니다.



물론 죽음은 변화고, 이별이고, 새로운 시작이기에..

잘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주고, 견디기 어려운 슬픔을 주고,

끝 모를 두려움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 죽음에 대해 명상해야 하고,

죽음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해야만 한다. 



지금 자래(子來)는 그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이다.


자래(子來)는 '자연(自然)', '道', '음양(陰陽)의 변화(化)'를

'조화주(造化者)'라고 부르기도 하고,

'훌륭한 대장장이, 위대한 야금사(大冶)'라고도 부른다.



그 '훌륭한 대장장이(自然)'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죽어서 무엇이 되든, 어디로 가든 염려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죽음이란 '한 번 몸을 바꾸는 것일 뿐'...


스르르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듯.. 

꿈(삶)에서 깨어나는 것(覺) 이라고 말한다.  

 


'막야(鏌鋣)'는 오(吳)나라의 대장장이 간장(干將)이 만들었다는 명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