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6-9.대종사(大宗師)
:자사(子祀),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子來), 네 사람이 모여 얘기했다.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산책』, 이아무개, 삼인)
자사(子祀),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子來), 네 사람이 모여 얘기했다.
(子祀 子輿 子犁 子來 四人相與於曰)
"누가 무(無)를 머리로 여기고 (孰能以無爲首)
삶을 등뼈로 여기고 (以生爲脊)
죽음을 엉덩이로 여길 수 있을까? (以死爲尻)
누가 삶과 죽음, 있고 없음이 한 몸인 것을 알까? (孰知死生存亡之一體者)
나는 그런 사람과 벗이 되고 싶다." (吾與之友矣)
네 사람은 서로 돌아보며 웃었다. (四人相視而笑)
마음에 아무 거리낌이 없어서 (莫逆於心)
그들은 서로 벗이 되었다.(雖相與爲友)
얼마 뒤에 자여(子輿)가 병이 났다. (俄而子輿有病)
자사(子祀)가 문병을 가니, 자여(子輿)가 말했다.(子祀往問之)
"저 조물주야말로 참 대단하구나! (曰 偉哉 夫造物者)
내 몸을 이토록 구부러지게 만들다니!"( 將以予爲此拘拘也)
그의 등은 굽어져 혹처럼 튀어나오고, (曲僂發背)
오장은 위쪽에 올라가 붙었으며, (上有五管)
턱은 배꼽 아래에 묻혔고, (頤隱於齊)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고, (肩高於頂)
튀어나온 목뼈가 하늘을 가리켰다.(句贅指天)
(자여(子輿)는) 음양의 氣가 어지러운데도 (陰陽之氣有沴)
그 마음은 한가로워 아무 일도 없는 듯이 (其心閒而無事)
비틀거리며 걸어가 우물에 제 모습을 비춰 보고는 말했다.(跰선而鑑御井)
"아아! 조물주도 참 대단하구나! (曰 嗟乎 夫造物者)
내 몸을 이 지경으로 우그러뜨리다니!"(又將以予爲此拘拘也)
자사(子祀)가 말했다.(子祀曰)
"자네는 그렇게 되는 것이 싫은가?"(女惡之乎)
자여(子輿)가 대답했다.(曰)
"아닐세. 내가 왜 싫어하겠는가?(亡 予何惡)
병이 깊어져 내 왼팔이 닭처럼 된다면 (浸假而化予之左臂以爲鷄)
나는 그대로 새벽을 알리기를 바라겠네.(予因以求時也)
병이 깊어져 내 오른팔이 새 잡는 화살처럼 된다면(浸假而化予之右臂以爲彈)
나는 그대로 오른팔에게 올빼미 구이를 달라고 하겠네. (予因以求鴞炙)
병이 깊어져 내 엉덩이가 수레바퀴처럼 되고 (浸假而化予之尻以爲輪)
내 정신이 말처럼 변한다면 (以神爲馬)
나는 그대로 그것을 잡아타고 다닐테니, (予因以乘之)
어찌 따로 탈 것을 구하겠는가? (豈更駕哉)
삶을 얻는 것은 때를 만난 것이요,(且夫得者時也)
삶을 잃는 것은 자연의 변화에 따르는 것이니, (失者順也)
때에 맞게 편안하고 순리에 따르면 (安時而處順)
슬픔과 즐거움이 끼어들 수 없다네.(哀樂不能入也)
이것이 옛사람이 말한 '현해(縣解)'라네. (此古之所謂縣解也)
스스로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而不能自解者)
사물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지.(物有結之)
그러나 사물이 하늘을 이기지 못한 지 오래거늘 (且夫物不勝天久矣)
내 어찌 싫어하겠는가?"(吾又何惡焉)
※이 이야기에 나오는 자사(子祀),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子來), 네 친구와
뒤의 이야기에 나오는 자상호(子桑戶), 맹자반(孟子反), 자금장(子琴張), 세 친구는
모두 '자연의 道'에 따라 사는 도인(道人)들이며,
이 일곱 사람이 서로 벗으로 사귀었는데,
이들의 우정에 관해 엿볼 수 있는 이야기도 된다.
'막역지심(莫逆於心)'은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다'는 뜻이니,
'막역지우(莫逆之友)' 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무(無)'는 '내 몸이 없을 때'이니, 내가 태어나기 전을 말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無)을 '머리'로 삼고,
살아있을 때(有)를 '척추(등뼈)'로 삼고,
(내가) 죽은 뒤(無)를 '엉덩이'로 삼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머리와 등뼈와 엉덩이가 각각 그 모양과 역할이 다르지만
'하나의 몸(一體)'을 이루고 있듯이..
삶과 죽음도 그 모양과 역할이 다르지만,
'하나(一)의 자연(自然)'을 이루고 있으며,
없는 것(無)과 있는 것(有)이
본래 '한 몸(一體)'이라는 것이다.
※얼마 후에, 자여(子輿)는 온 몸이 오그라붙는 '곱사등이병(구루병)'에 걸렸다.
그는 자기의 몸이 병들어가고 죽어가는 것을 '자연의 변화'로 받아들이고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벗에게, '태어나는 것도 자연의 때에 따른 것이요,
죽는 것도 자연의 때에 따르는 것이니,
나는 살고 죽는 때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安時),
기꺼이 순리에 따르겠소(處順)'라고 말한다.
봄에는 싹틀 때가 되어서 싹이 트는 것이요,
가을에는 낙엽이 질 때가 되어서 지는 것이니,
이런 '자연과 생명의 변화하는 이치'를 알면
사람이 삶과 죽음 때문에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이 없어진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도 똑같은 '자연(自然)'이기 때문이다.
※자여(子輿)는 의연하게 변화에 따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노래한다.
병이 깊어져 내 왼팔이 닭의 날개처럼 뒤틀리면
나는 그것으로 새벽을 알릴 것이요,
병이 깊어져 내 오른팔이 새 잡는 활처럼 휘어지면
나는 그것으로 올빼미를 잡아 구워먹으리라.
병이 깊어져 내가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내 엉덩이가 바퀴처럼 되고,
내 정신이 온전치 못해져 말처럼 울부짖으면
나는 그것을 타고 돌아다니리라.
큰 고통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친구 '자여(子輿)의 노래'를 듣는
자사(子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가 아무리 도인(道人)이라 해도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슬픔과 즐거움에 끌려다니지 않으니,
다만 '안시처순(安時處順)'할 뿐이다.
※'현해(縣解)'는 '거꾸로 매달렸다가 풀려나는 것'이다.
옛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가 죽는 것'을..
거꾸려 매달려 있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어다니는 사람이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그토록 '산다는 일'이 수고로운 일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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