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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3-3.양생주(養生主):공문헌(公文軒)이 우사(右師)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公文軒見右師而驚曰)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9. 12.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3-3.양생주(養生主)

:공문헌(公文軒)이 우사(右師)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公文軒見右師而驚曰)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공문헌(公文軒)이 우사(右師)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公文軒見右師而驚曰)

"이 사람이 누구인가!(是何人也)

어쩌다가 올자(介, 외발이)가 되었는가?(惡乎介也)

하늘이 그랬는가?(天與)

사람이 그랬는가?"(其人與)



우사(右師)가 대답했다.(曰)

"하늘이 그렇게 하신 것이지,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라오.(天也 非人也)

하늘이 나를 낳을 때 외발이 되도록 한 것이오.(天之生是使獨也)

사람의 모습은 하늘이 내려주신 것이니,(人之貌有與也)

하늘이 하신 것이지,(以是知其天也)

사람의 짓이 아닌 것을 알겠소.(非人也)

못 가에 사는 꿩은 열 걸음을 걸어가 한 번 모이를 쪼아 먹고(澤雉十步一啄)

백 걸음을 걸어가 한 모금 물을 마시지만(百步一飮)

울 속에 갇혀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소.(不蘄畜乎樊中)

정신은 편안할지 모르지만(神雖王)

좋은 일이 아니라오."(不善也)




※ 여기서 '공문헌(公文軒)'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일종의 '도언(倒言, 우의를 담아서 단어의 앞 뒤를 바꾸어 쓴 말)'으로 본다.


'화려하게 꾸며진 아름다운 수레(文軒, 문헌)'를 타고 다니는  

'높은 신분의 사람, 권력자(公)'라는 뜻으로..

'문헌공(文軒公)'을 '공문헌(公文軒)'이라고 도치했다는 것이다.



 

※ 이야기의 주인공인 '우사(右師)'는 과거에 우사(右師) 벼슬을 했던 사람이다.  

우사(右師)는 송(宋)나라의 관직으로 육경(六卿) 중에서 가장 높은 벼슬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관직에서 쫒겨나 형벌을 받고 외발이()의 신세가 되었다.


'개()'는 '월(跀)'과 통하는 말이며,

발을 잘라서 못 쓰게 만드는 형벌이다.

그 모습을 보면 국법(國法)을 어겨 형벌 받은 사람이란 걸 곧 알 수 있게 한 것이니,

얼굴에 먹물을 입히는 것처럼 일종의 '낙인(烙印) 효과'가 있었다.


 한때 나라의 가장 높은 벼슬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권력을 추구하다가 화를 당하고 

가장 비천한 죄인의 모습으로 길을 가고 있으니,   

공문헌(公文軒)이 그런 우사(右師)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런데 우사(右師)는 자신이 외다리가 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한 일'이라고 말한다.

분명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다른 권력자에 의해 다리가 잘린 것일텐데,

그는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았고,

 자신의 일을 비관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우사(右師)가 말하는 '하늘(天)'은 자연이며, '자연의 섭리'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큰 불행을 하늘의 일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받아들인다는 것은..

스스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텅 비우는(虛, 無)'

 큰 수행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말을 하고자 든다면야, 어찌 간곡한 사연이 없으랴!


그러나 우사(右師)는 남들과 시시비비에 빠지지 않았다.

'돌아보면 나도 역시 잘한 것은 없다. 그동안 道에서 너무나 벗어난 삶을 살았다.

그래서 하늘(자연)의 형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보라! 지금도 삶은 계속 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양생(養生)의 道'를 따라서 참되게 살면 된다.'




※ 우사(右師) 과거 권력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울 안에서 길러지는 꿩'에 비유한다.

울 속에서 꿩이 아무리 좋은 먹이를 먹고 지낸다고 해도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신세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삶은 마치 '야생의 꿩'과 같다.


비록 자연 속에서 고생하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생활을 하지만,

그는 '자연(自然)과 하나되어..'

'하늘(자연)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아무리 기름진 먹이를 준다고 해도..

 이제 다시는 울 안에 갇히지 않겠노라고 말한다.

외발이로 곤궁하게 살더라고

자유롭게 '양생의 道'를 따라서 사는 게 더 낫다,

그게 사람의 참된 길이라는 것이다.

 


우사(右師)는 불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이제 양생의 道를 추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