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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2-11.제물론(齊物論):옛날에 요(堯)임금이 순(舜)에게 물었다.(故昔者 堯問御舜曰)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7. 12.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2-11.제물론(齊物論)

:옛날에 요(堯)임금이 순(舜)에게 물었다.(故昔者 堯問御舜曰)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옛날에 요(堯)임금이 순(舜)에게 물었다.(故昔者 堯問御舜曰)

"나는 종(宗)과 회(膾)와 서오(胥傲) 세 나라를 정벌하려고 한다.(我欲伐宗膾胥傲)

그런데 임금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내 마음이 개운치 않으니(南面而不釋然)

 무슨 까닭일까?"(其故何也)



순(舜)이 대답했다.(舜曰)

"그 세 나라는 마치 쑥대밭처럼 미개한 곳에서 삽니다.(夫三子者 猶存乎蓬艾之間)

마음이 개운치 않다면 어째서일까요?(若不釋然 何哉)

옛날에 열 개의 태양이 나란히 떠올라 만물이 비추었습니다.(昔者十日竝出 萬物皆照)

하물며 德으로 다스리는 것이 그 태양과 견줄 수 있겠습니까?"(而況德之進乎日者乎)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은 '요순(堯舜)시대'라는 전설적인 태평성대를 이룩한

중국 고대(古代)의 어진 임금들(聖君)이다.


어느 날 요(堯)임금이 변방의 작은 나라인 종(宗)나라, 회(膾)나라, 서오(胥傲)나라를 

정벌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왠지 그의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그래서 순(舜)에게 얘기했더니, 순(舜)이 말했다.

 

"열 개의 태양이 나란히 떠서 세상을 비추고

그래서 세상이 지금보다 열 배나 더 밝아진다고 해도

임금이 '德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밝은 정치(德治)'보다 세상을 더 밝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순(舜)은 이 작고 미개한 세 나라를 무력으로 다스리기 보다는 

德으로 다스릴 때, 어진 요(堯)임금의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질 거라고 말한다.

결국 요(堯)임금은 그 세 나라를 정벌하지 않았다.


보통 힘을 가진 사람은 자꾸만 그 힘을 쓰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힘을 함부로 쓸 때, 자기 욕망대로 쓸 때,

결국은 그 힘 때문에 망하게 된다.




※ '십일병출(十日竝出)'의 고사(古事)에 대하여


옛날에 동방의 천제(天帝)인 제준(帝俊)에게는 희화(羲和)와 상희(象羲)라는 두 아내가 있었다.

희화(羲和)는 태양의 여신으로 열 명의 아들을 두었고,

상희(象羲)는 달의 여신으로 열두 명의 딸을 두었다.


여기서 나오는 '열 개의 태양(十日)'이란 태양의 여신인 희화(羲和)의 열 명의 아들들을 말한다.


동방의 끝에 양곡(暘谷, 해 뜨는 골짜기)이라는 골짜기가 있어서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또 거기에는 '부상(扶桑)'이라는 거대한 뽕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이 열 개의 태양은 매일 아침 하나씩 교대로 양곡에서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거대한 뽕나무의 가지에서 출발하여 하늘을 한 바퀴 돈 다음, 

황혼 무렵에는 서쪽 끝 '우연(虞淵)'이라는 연못으로 내려왔다.

거기서 몸을 씻고 '몽곡(夢谷, 꿈 골짜기)'이라는 골짜기를 거쳐서 다시 출발점인 양곡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열 개의 태양이 하나씩 차례로 하늘을 돌고 나면 모두 10일이 되니,

바로 '열흘, 십일, 순(旬)'이 된다.


그런데 요(堯)임금 때 이 열 개의 태양이 하늘의 규칙을 어기고 동시에 하늘에 떠오른 적이 있었다. 

이것이 '십일병출(十日竝出)'의 사건이다.


그러자 너무 뜨거워 지상의 생물이 살아가기가 힘들었다.

초목과 곡식이 타 죽고 강물이 말라붙으며 세상이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많은 백성들이 갈증과 배고픔과 고열로 죽어갔다.

이런 엄청난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천제 제준(帝俊)은 동이족의 천신(天神)이며 명사수인 예(羿)를 불러서

붉은 활과 흰 화살을 내어주며

자신의 아들들인 열 개의 태양을 제압하도록 명하였다.

아무리 천제의 아들들이라고 해도 하늘의 법도를 어지럽힌 죄는 용서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명궁 예(羿)는 활로 태양들을 겨누었고, 시위를 떠난 화살은 열 개의 태양 중 하나에 명중했다.

화살을 맞은 태양은 빛을 잃고 땅에 떨어졌는데,

곧 '세 발 달린 까마귀(삼족오, 태양의 정령)'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렇게 한 개의 태양이 죽자, 나머지 아홉 개의 태양이 동요하면서

사방으로 뿔뿔히 흩어져 도망쳤지만,

  예(羿)는 거기서 물러서지 않고 그 뒤를 따르며 연속해서 활 시위를 당겼다. 

그렇게 모두 아홉 개의 태양을 떨어뜨리고 하늘에 단 한 개의 태양만을 남겨놓았다.

그것을 본 백성들이 모두 환호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서 예(羿)는 훗날 천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상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참고 문헌: 1.『산해경(山海經)』,  2.『회남자(淮南子)』- 天文訓,  3.이야기 동양신화, 정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