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2-9.제물론(齊物論)
:지금 또 여기서 말(言)을 하는데..(今且有言於此)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지금 또 여기서 말(言)을 하는데(今且有言於此)
이 말이 진리(道)와 비슷한지 비슷하지 않은지 알 수 없다.(不知其與是類乎 其與是不類乎)
비슷하거나 비슷하지 않거나(類與不類)
진리와 비슷하게 하려는 점에서 저 궤변과 다를 게 없다. (相與爲類 則與彼無以異矣)
그렇긴 하지만 시험삼아 한번 말해 보자.(雖然 請嘗言之)
'처음(始)'이 있으며(有始也者)
'처음(始)이 있기 전'이 있으며(有未始有始也者)
'처음(始)이 있기 전의 그 이전'이 있을 것이다.(有未始有夫未始有始也者)
'유(有, 있다)'가 있으며(有有也者)
'무(無, 없다)'가 있으며(有無也者)
'무(無, 없다)가 있기 전'이 있으며(有未始有有無也者)
'무(無, 없다)가 있기 전의 그 이전'이 있을 것이다.(有未始有夫未始有無也者)
갑자기 '유(有)'다, '무(無)'다 하는데(俄而有無矣)
과연 '유(有)'와 '무(無)' 에서 무엇이 '유(有)'이며,
무엇이 '무(無)'인지 알 수 없다.(而未知有無之果孰有孰無也)
지금 내가 이미 말을 해버렸지만(今我則已有謂矣)
과연 내 말이 말하는 바가 있는지(而未知吾所謂之其果有謂乎)
말하는 바가 없는지 알 수 없다.(其果無謂乎)
천하에 가을 짐승의 터럭 끝보다 큰 것이 없고(天下莫大於秋毫之末)
태산(泰山)은 작다.(而大山爲小)
어려서 죽은 아이보다 오래 산 사람이 없고(莫壽乎殇子)
팽조는 일찍 죽었다.(而彭祖爲夭)
하늘과 땅과 내가 나란히 태어났고(天地與我竝生)
만물과 내가 하나(一)다.(而萬物與我爲一)
이미 하나(一)가 되었으니(旣已爲一矣)
또 무슨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且得有言乎)
이미 하나(一)라고 말했으니(旣已爲之一矣)
또 말이 없다고 하겠는가?(且得無言乎)
'하나(一)'와 '말(言)'이 합해져 둘(二)이 되고,(一與言爲二)
그 '둘(二)'과 다음의 '하나(一)'가 합해져 셋(三)이 된다.(二與一爲三)
이처럼 나아간다면(自此以往)
아무리 수(歷,數)에 밝은 사람이라도 다 세지 못할 것이다.(巧歷不能得)
하물며 보통 사람이야 어떠하랴!(而況其凡乎)
'무(無)'에서 '유(有)'로 나아가도 셋(三)에 이르니(故自無適有 以至於三)
하물며 '유(有)'에서 '유(有)'로 나아간다면 어떠 하겠는가?(而況自有適有乎)
그러므로 나아감을 그치고 '道(自然)'에 맡겨야 한다.(無適諺 因是已)
※ 보통 사람의 눈에는... 내 말(言)이 道와 비슷해 보이는 점에서..
저 궤변과 다를 게 없다.
저 궤변론자들도 道와 비슷해 보이게 말(言)하기 때문이다.
본래 道는 '말(言)의 그릇' 안에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나는 道를 전하기 위해서.. 시험삼아 한번 말(言)해 보겠다.
※ 사람의 감각과 인식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사람은 '맨 처음(始)'을 알 수가 없다.
먼저 '세상의 시작(始)'이 있으며,
'세상이 시작되기 전'이 있으며,
'세상이 시작되기 전의 그 이전'이 있다.
그렇게 계속 가다 보면, 사람은 세상의 시작을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 '시작이 없다(一始無始)'고 한다.
또한 사람은 '맨 끝(終)'도 알 수가 없다.
먼저 '세상의 종말(終)'이 있으며,
'세상의 종말 그 후'가 있으며,
'세상의 종말 그 후의 그 이후'가 있다.
그렇게 계속 가다보면, 사람은 세상의 끝을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끝이 없다(一終無終)'고 한다.
즉, 사람의 감각과 인식능력으로는..
맨 처음(始)과 맨 끝(終)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없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있다(有)'라고 말하고,
무엇을 '없다(無)'라고 말하는 걸까?
사람은... '유(有)'와 '무(無)'를 완전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극히 일부분만을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 그렇게 사람의 감각과 인식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 사람이 놓인 입장과 처지, 가치 기준에 따라서
같은 사물이라도 그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가 있다.
미립자의 세계에서 보면..
가을날 털갈이 하는 짐승의 가는 터럭 끝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여길 수가 있으며,
은하계에서 바라보면..
지구의 태산(泰山)이 오히려 작아보일 수가 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그토록 다른 것이다.
※ 만약 만물과 내가 이미 '하나(一)'를 이루었다면..
이미 '道와 하나(一)된 상태'에서(宇我一體)....
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무 말이 필요없고. .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내가 '만물과 내가 하나(一)'라고 이미 '말'을 했으니,
또 어찌 말(言)이 없다고 하겠는가?
그렇게 '만물과 내가 하나(一)인 상태'와
'만물과 내가 하나(一)라고 한 말(言)'을 세면 '둘(二)'이 된다.
또한 '道와 내가 하나인 상태'가 있다면
그렇지 않는 상태, 즉 '道와 내가 하나가 아닌 상태'도 있을 것이다.
앞의 '둘(二)'에다..
이 '아닌 상태(一)'를 더하여 세면 '셋(三)'이 된다.
그러면 또 '道와 내가 하나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을 또 더하면 '넷(四)'이 된다.
또한 '道와 내가 하나가 아니며, 동시에 하나가 아닌 것도 아닌 상태'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더하면 '다섯(五)'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분별하고 더해나가다 보면..
그 끝이 없을 것이다.
즉, '무한(無限)'하다.
※ 앞서 '맨 처음의 시작은 그 시작이 없고(一始無始)
맨 끝의 끝은 그 끝이 없다(一終無終一)'고 말했다.
모든 존재의 시작과 끝은 무한(無限)하고..
사람은 이 세상 모든 존재의 다양성과 그 존재 가치의 끝을..
다 알 수가 없다.
완전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고...
끝이 없기 때문에.. 무한(無限)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작은 머리로 끊임없이 분별하고 쪼개서
말로써 말을 다투어 시시비비에 빠지는 일을 그만 멈춰야 한다.
다만 '무위자연(無爲自然)의 道'에 맡길 뿐이다.
그것이 장자(莊子)의 '제물(齊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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