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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지구에서의 나날들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21. 1. 14.

 

 

 

 

 

 

19세기 말, 사하라 북부에서 수맥을 찾던 인부들의 이야기다.

장마철 외에는 물이 없는 우물을 그들은 '리르 와디'라고 불렀다.

그 '리르 와디'를 찾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인부들이었다.

그들은 맨 손으로 우물을 찾곤 했다.

우물은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모래 바다 한 가운데서 생명과 신선함을 주는 섬이라 할 수 있는 오아시스의 종려나무 숲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더욱 필요했다.

인부들은 수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80미터 가량 파들어 간다.

먼저 마른 내벽에 굉목을 괴어 놓고,

땅 속 어둠 속에서 엄청난 압력의 물을 막고 있는 석회암판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석회암판이 나오면 인부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우물의 마무리 작업을 위임한다.

나이 많은 한 사람의 인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부들이 지상으로 올라온다.

땅 속에 홀로 남은 인부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석회암판을 부수고,

결국 그의 곡괭이질에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으로 물이 솟구쳐 오른다.

순식간에 물은 우물을 가득 채우고, 고독한 인부는 죽거나 비참하게 부상당한 상태로 수면 위에 떠오른다.

그러고 나서 다른 인부들이 발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80미터 깊이를 잠수해 들어가

물이 나오는 구멍을 넓히면, 샘물 파기 작업이 끝나게 된다.

샘물 하나를 얻기 위해 19세기 사하라에서는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했던 것이다.

......

80미터 땅 밑, 어둠 속에서 홀로 석회암판의 얇은 부위를 곡괭이질 하도록 위임받은 늙은 아프리카 사람을 생각해 본다.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 왔으므로, 그 늙은 인부는 주저없이 그 역할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땅 속으로 흘러 내려가기 전에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했을 것이다.

그 때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 수맥이 터질 때의 힘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그를 보냈을까.

그리고 마침내 땅 속에서 그의 곡괭이질 소리가 날 때, 동료들은 어떤 자세로 그 다음 일을 기다렸을까.

나이 많은 동료를 희생시키고 나서야 얻을 수 있었던 신성한 물을

그들이 낭비했을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짐작이 된다.

 

 

(최성각,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