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공개)1005 이문재- 노독(路毒) 노독(路毒)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 2017. 2. 20. 이윤학- 제비집 제비집 이윤학 제비가 떠난 다음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알 수 없는 제비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털이 떨어진다. 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할 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깃줄에 떼지어 앉아 .. 2017. 2. 17. 김남주- 사랑은 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녁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 2017. 2. 15. 이학성- 여우를 살리기 위해 여우를 살리기 위해 이학성 여우를 살리기 위하여 혹시 사람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없겠지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살아남기 위하여 아홉 마리 여우를 잡아야 하는 일은 없었나 그건 여우의 증오를 위하여 참 안 된 일이야 빗장을 꼭꼭 걸어 잠그고 가만히 들어봐, 여우의 울음소리를 냉랭한.. 2017. 2. 10. 이전 1 ··· 214 215 216 217 218 219 220 ··· 2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