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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1005

박두진- 해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2017. 3. 5.
신경림- 싹 싹 신경림 어둠이 어둠인지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모른다 아픔도 없이 겨울을 보낸 사람은 모른다 작은 빛줄기만 보여도 우리들 이렇게 재재발거리며 달려 나가는 까닭을 눈이 부셔 비틀대면서도 진종일 서로 안고 간질이며 깔깔대는 까닭을.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깊이 숨은 소중.. 2017. 3. 1.
김소월- 진달래꽃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2017. 2. 27.
김남조- 생명 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 2017.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