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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334

이학성- 여우를 살리기 위해 여우를 살리기 위해 이학성 여우를 살리기 위하여 혹시 사람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없겠지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살아남기 위하여 아홉 마리 여우를 잡아야 하는 일은 없었나 그건 여우의 증오를 위하여 참 안 된 일이야 빗장을 꼭꼭 걸어 잠그고 가만히 들어봐, 여우의 울음소리를 냉랭한.. 2017. 2. 10.
박용래- 저녁눈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2017. 2. 8.
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장석주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림! 2017. 2. 3.
조정권- 산정묘지(山頂墓地)1 산정묘지(山頂墓地)1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2017.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