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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방(釋家)/육조단경(六祖壇經)

돈황본(敦煌本) 『육조단경(六祖壇經)』편역 2. 스승을 찾아가다 (尋師)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9. 3. 17.





돈황본(敦煌本) 『육조단경(六祖壇經)』편역

2. 스승을 찾아가다 (尋師)

참고도서 - 퇴옹 성철(退翁 性徹) 지음




○ 혜능(惠能)대사는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마음을 깨끗이 하여(淨心)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생각하라(念)!"


대사께서는 말씀하시지 않고 스스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自淨心神)

한참 묵묵하신 다음, 이윽고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조용히 들어라. (靜聽)

혜능의 아버지의 본관(本官)은 범양(范陽)인데,

좌천되어 영남(嶺南)의 신주(新州) 백성으로 옮겨 살았고,

혜능은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다.

늙은 어머니와 외로운 아들은 남해(南海)로 옮겨와서 가난에 시달리며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았더니라.


어느 날, 한 손님이 땔나무를 샀다.

혜능을 데리고 관숙사(官宿舍)에 이르러 손님은 나무를 가져갔고,

혜능은 값을 받고서 문을 나서려 하는데,

문득 한 손님이 『금강경(金剛經)』을 읽는 것을 보았다. 

혜능은 한번 듣고는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치고, (一聞 心明 便悟)

이내 손님에게 묻기를, "어느 곳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가지고 읽습니까?" 하였다.


손님이 대답하기를,

"나는 기주(蘄州) 황매현(黃梅縣) 동쪽(東) 빙무산(憑茂山)에서

오조(五祖) 홍인화상(弘忍和尙)을 예배하였는데,

지금 그 곳에는 문인(門人)이 천여 명이 넘습니다.

나는 그 곳에서 오조대사가 승려와 속인들에게 다만『금강경(金剛經)』 한 권만 지니고 읽으면

곧 자성(自性)을 보아 바로 부처를 이루에 된다(卽得自性 直了成佛)고 권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였다.


그 말을 들은 혜능은 숙세(宿世)의 업연(業緣)이 있어서,

곧 어머니를 하직하고 황매(黃梅)의 빙무산(憑茂山)으로 가서 

오조(五祖) 홍인화상(弘忍和尙)을 예배하였다.




○ 홍인화상께서 혜능에게 묻기를,

"너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이제 내게서 새삼스레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셨다. (復求何物)


"제자는 영남(嶺南) 사람으로 신주(新州)의 백성입니다.

지금 짐짓 멀리서 와서 큰 스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 (唯求作佛法)


오조대사께서는 혜능을 꾸짖으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영남 사람이요, 또한 오랑캐거니,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에는 남북이 없습니다.(佛性 卽無南北)

오랑캐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佛性 有何差別)


오조스님은 함께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 서 있는 것을 보시고 다시 더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리고 혜능을 내보내어 대중을 따라 일하게 하시니,

그 때 혜능은 한 행자가 이끄는 대로 방앗간으로 가서 여덟 달 남짓 방아를 찧었다.



☞ "금강경, 이 한 권의 책이 중생의 자성 속에 본래 있으니, (此一券經 衆生性中 本有)

스스로 보지 못하는 이는 다만 문자만 독송할 것이요, (不自見者 但讀誦文字)

만약 본래 마음을 깨치면 이 경이 문자 속에 있지 않음을 비로소 알지니라."

(若悟本心 始知此慶 不在文字)


'직료성불(直了成佛)', 곧바로 통달하여 부처를 이룬다.

즉, 지위(地位)와 점차(漸次)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불하는 것이다.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와 같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