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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莊子) 내편(內篇) 7-5.응제왕(應帝王):정(鄭)나라에 신통한 무당이 있었는데(鄭有神巫)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11. 3.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7-5.응제왕(應帝王)

:정(鄭)나라에 신통한 무당이 있었는데 (鄭有神巫)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산책』, 이아무개, 삼인)




정(鄭)나라에 신통한 무당이 있었는데 (鄭有神巫)

 이름이 계함(季咸)이었다. (曰季咸) 

사람의 죽고 사는 것, 잘 살고 못 사는 것,

행복과 불행, 수명의 길고 짧음까지 알아 맞췄는데 (知人之死生存亡禍福壽夭)

연월일까지 귀신처럼 맞혔다. (其以歲月旬日若神)

정(鄭)나라 사람들은 그를 보면 (鄭人見之)

모두 피해 달아났다. (皆弃而走)

열자(列子)는 그를 만나보고 흠뻑 반해서 (列子見之而心醉)

돌아와 스승인 호자(壺子)에게 말했다. (歸以告壺子曰)

"저는 지금까지 선생님의 道를 지극하다고 생각했는데 (始吾以夫子之道爲至矣)

이제보니 더 지극한 道가 있었습니다." (則又有至焉者矣)



호자(壺子)가 말했다. (壺子曰)

"나는 자네에게 道의 겉모습만 보여 주었지 (吾與汝 旣其文)

아직 그 알맹이는 가르쳐주지 못했네. (未旣其實) 

그런데도 자네는 道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而固得道與)

암컷이 많아도 수컷이 없으면 어찌 알을 까겠는가? (衆雌而無雄 而又奚卵焉)

자네는 道로써 세상과 겨루어 (而以道與世亢)

꼭 인정을 받아야 하겠는가? (必信夫)

그래서 남들이 자네의 관상(相)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故使人得而相汝)

어디 시험 삼아 그를 데려와 내 관상을 보게 하여라." (嘗試與來 以予示之)



다음날 열자(列子)가 무당을 데려와 호자(壺子)의 관상을 보게 했다. (明日 列子與之見壺子)

무당이 밖으로 나오면서 열자(列子)에게 말했다. (出而謂列子曰)

"어허, 그대의 선생은 죽을 걸세. (噫 子之先生死矣)

아무래도 살 수 없어. 열흘을 넘기기 힘들거야. (弗活矣 不以旬數矣)

나는 괴이한 것을 보았어. (吾見怪焉)

물에 젖은 축축한 재를 보았단 말야." (見濕灰焉)

열자(列子)는 들어가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列子入 泣涕沾襟)

무당의 말을 호자(壺子)에게 전했다. (以告壺子)

호자(壺子)가 말했다. (壺子曰)

"아까 나는 그에게 '땅의 무늬'를 보여주었다. (鄕吾示之以地文)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멈춘 것도 아니며,

깊은 땅 속에서 가만히 싹이 트는 모습이지. (萌乎不震不正)

그는 내 덕기(德幾, 生氣)가 꽉 막힌 모습을 조금 보았을 뿐이다. (是殆見吾杜德幾也)

한번 더 데려오너라." (嘗又與來)



다음날 다시 무당을 데려와서 호자(壺子)를 뵙게 했다. (明日 又與之見壺子)

무당이 나오면서 열자(列子)에게 말했다. (出而謂列子曰)

"다행이야. (幸矣)

그대의 선생은 나를 만나서 병이 나았어. (自之先生遇我也 有瘳矣)

완전히 살아났어. (全然有生矣)

나는 그 막혔던 기운이 뚫린 것을 보았네." (吾見其杜權矣)

열자(列子)는 들어가 호자(壺子)에게 그 말을 전했다. (列子入 以告壺子)

호자(壺子)가 말했다. (壺子曰)

"아까 나는 그에게 '천지음양(天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鄕吾示之以天壤)

이름도 없고 형태도 없지만 (名實不入)

한 가닥의 생기가 발꿈치에서 일어나지. (而幾發於踵)

그는 내 생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조금 보았을 뿐이다. (是殆見吾善者機也)

한 번 더 데려오너라." (嘗又與來)



다음날 다시 무당을 데려와서 호자(壺子)를 뵙게 했다. (明日 又與之見壺子)

무당이 나오면서 열자(列子)에게 말했다. (出而謂列子曰)

"그대의 선생은 관상이 한결같지 않아서 (自之先生不齊)

나는 그 상(相)을 볼 수가 없소. (吾無得而相焉)

한결 같아지면 다시 와서 보아 드리겠소." (試齊 且復相之)

열자(列子)는 들어가 무당의 말을 호자(壺子)에게 전했다. (列子入 以告壺子)

호자(壺子)가 말했다. (壺子曰)

"아까 나는 그에게 '태초의 혼돈(太沖莫勝)'을 보여주었다. (鄕吾示之以太沖莫勝)

그는 내 기(氣)가 고르게 평형을 이룬 모습을 조금 보았을 뿐이다. (是殆見吾衡氣機也)

소용돌이 치는 물도 연못이라 하고, (鯢桓之審爲淵)

고요한 물도 연못이라 하고, (止水之審爲淵)

흐르는 물도 연못이라 한다. (流水之審爲淵)

연못에는 아홉 가지가 있는데 (淵有九名)

내가 이제 세 가지만 보여준 것이다.(此處三焉)

한 번 더 데려오너라." (嘗又與來)



다음날 다시 무당을 데려와서 호자(壺子)를 뵙게 했다. (明日 又與之見壺子)

무당은 방에 들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入未定)

얼이 빠져서 도망쳤다. (自失而走)

호자(壺子)가 말했다. (壺子曰)

"쫓아가거라."(追之)

열자(列子)가 무당을 쫓아갔지만 잡지 못하고 (列子追之不及)

돌아와 호자(壺子)에게 말했다. (反以報壺子曰)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따라잡지 못햇습니다."

(已滅矣 已失矣 吾弗及已)

호자(壺子)가 말했다. (壺子曰)

"아까 나는 그에게 '태초의 공허(未始出吾宗)'를 보여주었다. (鄕吾示之以未始出吾宗)

나 자신을 텅 비워 사물의 변화에 그대로 따랐으니 (吾與之虛而委이)

그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不知其誰何)

바람에 나부끼는 풀처럼 되고 (因以爲弟靡)

물결치는 여울처럼 되었다. (因以爲波流)

그래서 그가 도망친 것이다." (故逃也)



그런 일이 있은 뒤에 (然後)

열자(列子)는 자기가 전혀 공부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列子自以爲未始學)

집에 돌아가 삼 년 동안 문 밖에 나가지 않았다. (而歸 三年不出)

아내를 위해 밥을 짓기도 하고 (爲其妻爨)

돼지를 사람 기르듯 기르며 (食豕如食人)

어느 일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於事無與親)

꾸미는 것을 버리고 소박함으로 돌아갔으며 (雕琢復朴)

우뚝하니 홀로 그 모양대로 섰으니 (塊然獨以其形立)

분란이 일어나도 휘말리지 않았다. (紛而封哉)

그는 이런 모습으로 일생을 마쳤다. (逸以是終)





※'지문(地文)'은 대지(大地)의 모습이니,

대지의 성격, 특성을 자기 몸에 나타내어 보여준 것이다.


※'천양(天壤)'은 천지음양의 두 기운이 움직이며 나오는 모양이다.


※'태충막승(太沖莫勝)'은 음양이 서로 섞여있어 아무 모습도 없고,

아무 징조도 없는 태초의 혼돈상태다.


※'미시출오종(未始出吾宗)'은 아직 음양이 싹트기 이전의 태초의 공허상태다.

道가 나오기 이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