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4-1.인간세(人間世)
:안회(顔回)가 공자(仲尼)를 찾아뵙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청했다.(顔回見仲尼 請行)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내편(莊子 內篇)』, 이기동, 동인서원)
'인간세(人間世)'란?
'인간세(人間世)'는 '인간이 사는 세상'이니, '속된 세상, 속세(俗世)'를 말한다. 장자(莊子)는 인간의 '사회적 삶(人間世)'을 부정하지 않았다. 세상 안에서 어울려 살거나 혹은 세상 밖에서 은자(隱者)가 되어 숨어 살거나 간에 사람은 혼자만으로는 사람답게 살 수 없다. 험한 인간세(人間世)를 살아 가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살고 남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장자(莊子)는 말한다. 항상 '자연의 道(無爲自然의 道)'에 순응하며, 마음을 비우고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럴 때 하늘(天, 道, 自然)은 내 몸을 빌어 '공적(功)'을 이루리니(功完), 道의 큰 쓰임새인 '무용이대용(無用而大用)'을 비로소 성취하게 된다.
안회(顔回)가 공자(仲尼)를 찾아뵙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청했다.(顔回見仲尼 請行)
공자(仲尼)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曰 奚之)
안회(顔回)가 대답했다. "위(衛)나라로 가려고 합니다."(曰 將之衛)
공자(仲尼)가 다시 물었다. "가서 무엇을 하려는가?" (曰 奚爲焉)
안회(顔回)가 대답했다.(曰)
"제가 듣기로는 위(衛)나라 임금이 나이가 젊고(回聞衛君 其年壯)
행실이 독단적이어서(其行獨)
국정을 경솔하게 운영하면서도(輕用其國)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而不見其過)
백성을 함부로 죽이니(輕用民死)
죽은 사람이 나라 안에 가득차고(死者以國量乎)
그 주검이 못가에 불을 놓아 수풀이 다 타버린듯 지독하여(澤若蕉)
백성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합니다.(民其無如矣)
제가 일찍이 선생님께 듣기를(回嘗聞之夫子曰)
'잘 다스려지는 나라는 떠나고 어지러운 나라는 찾아가거라!(治國去之 亂國就之)
의사의 집에는 병든 사람이 많은 법'이라고 하셨습니다.(醫門多疾)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한번 그 방법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願以所聞 思其所則)
그러면 위(衛)나라의 병을 거의 낫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庶幾其國有瘳乎)
공자(仲尼)가 대답했다.(仲尼曰)
"아아! 네가 가봤자 고작 형벌이나 받게 될 것이다.(譆 若殆往而刑耳)
무릇 道란 복잡하지 않아야 된다.(夫道不欲雜)
복잡하면 분별하고 따질 것이 많고(雜則多)
분별하고 따질 것이 많으면 그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이다.(多則擾)
마음이 어지러우면 근심이 생기고(擾則憂)
근심이 생기면 남을 구제하지 못한다.(憂而不求)
그래서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古之至人)
먼저 자기 자신을 살피고 난 후에야(先存諸己而後)
남의 일에 상관하였던 것이다.(存諸人)
자신을 살펴보고 그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데(所存於己者未定)
어느 겨를에 저 포악한 사람이 설치는 곳에 가겠느냐?"(何暇至於暴人之所行)
(공자仲尼가 계속 말하기를...)
"또한, 너는 德이 어디서 흐려지며(且若亦知夫德之所蕩)
꾀(知)가 어디서 생겨나는지 아느냐?(而知之所爲出乎哉)
德은 명예(名, 명성) 때문에 흐려지고(德蕩乎名)
꾀는 남과의 경쟁(爭)에서 생겨난다.(知出乎爭)
명예란 서로 헐뜯고 해치는 것이요,(名也者 相軋也)
꾀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도구이니,(知也者 爭之器也)
이 두 가지는 흉기여서(二者凶器)
힘써 얻고자 할 것이 못 된다.(非所以盡行也)
또한, 네가 德이 두텁고 신의가 굳더라도(且德厚信矼)
아직 남의 기분을 잘 알지 못한다.(未達人氣)
네가 비록 명예를 두고 남과 다투지 않더라도(名聞不爭)
남의 마음과 통하지 못하면서(未達人心)
억지로 인의(仁義)와 도덕(道德)에 대한 말을(而疆以仁義繩墨之言)
포악한 사람 앞에서 늘어놓는다면(術暴人之前者)
그것은 남의 악행을 가지고 자기의 훌륭함을 자랑하는 것이 된다.(是以人惡有其善也)
그런 사람을 두고 '남을 해치는 사람(災人)'이라고 한다.(命之曰 災人)
남을 해치는 사람은(災人者)
남들도 반드시 도로 그를 해치게 되니,(人必反災之)
아무래도 너는 남에게 해(災)를 당하게 될 것이다.(若殆爲人災夫)"
※ '중니(仲尼)'는 공자(孔子)의 이름이다.
'안회(顔回)'는 공자(孔子)의 여러 제자들 중에서 학문과 덕행이 가장 뛰어나
공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었다.
여기서 '위군(衛君)'은 위(衛)나라의 임금인 출공(出公) 첩(輒)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장자(莊子)가 지어낸 허구(虛構)다.
실제로『장자(莊子)』는 대단히 뛰어난 문학작품이다.
여기서 장자(莊子)는 유가(儒家)의 두 어른인 공자(孔子)와 안회(顔回)를 불러내어
명(名, 명예)과 실(實, 실리)을 좇는 무리들을 비판하고
도가(道家)철학의 '허심무위(虛心無爲)'를 말하고 있다.
※ 안회(顔回)는 위(衛)나라의 임금이 포악해서 그 백성이 고통받는다는 말을 듣고
그 임금을 깨우쳐주기 위해
스승인 공자(孔子)의 곁을 떠나고자 허락을 청했다.
그러나 공자(孔子)는 안회(顔回)에게
'인간세(人間世)'...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깨우쳐 주고자
그 부당함을 조목조목 말한다.
여기서 공자(孔子)는 '장자(莊子)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부터 폭군 앞에서 간(諫)하는 것은
자기 목숨을 내놓고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역사는 간언(諫)을 하다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을
충신(忠臣)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다.
그러나 장자(莊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위한 지사적(志士的) 죽음'을 비판한다.
그것은 참된 道가 아니며
헛되이 '명(名)과 실(實)을 좇은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글들을 통해..
장자(莊子)는 유가적(儒家的) 가치와 전통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 장자(莊子)에 의하면.. 무릇 사람이 추구해야할 것은 道다.
道는 복잡하지 않다. 심플(simple)하다.
진리는 쉽고 단순하다.
道가 복잡해지는 것은
차별심, 사리사욕, 욕심과 집착이 생기면서
이것 저것 따지고 생각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차별심과 욕심, 집착은 마음을 어지럽히고,
어지러운 마음은 근심과 고통을 낳는다.
마침내 청정한 마음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자기 안에서 청정한 마음의 평화가 깨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참된 평화를 전해줄 수가 없다.
자기 안에서 道를 잃어버린 사람은
세상 사람들에게 참된 道를 전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至人)은
언제나 먼저 자기 자신을 살피고 난 연후에 그 준비가 충분했을 때,
즉 자신 안에 道가 있고
청정한 마음의 평화가 있을 때,
비로소 세상 사람들에게 道와 평화를 전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공자(孔子)가 보기에... 안회(顔回)는 아직 준비가 충분치 못하다.
그래서 지금 가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폭군에게 희생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공자는 야속하리만큼 엄격하게 안회(顔回)를 점검한다.
공자(孔子)가 보기에는...
비록 안회(顔回)가 덕행이 있고 신의가 굳은 사람이지만,
아직 '남들과 하나로 통(通)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여기서 남의 기분(人氣), 남의 마음(人心)은
'상대방의 기분이나 심리상태'를 말한다.
즉 '세속적 인간의 뿌리 깊은 욕망과 집착심'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未達人氣, 未達人心)
포악한 권력자 앞에서 함부로 인의도덕(仁義道德)을 말하고
자신의 학문과 덕행을 뽐낸다면
반드시 권력자한테 미움을 받게 될 뿐이다.
그것은 남의 악행을 가지고 자신의 훌륭함을 자랑하는 것이 되고,
자신의 뛰어남으로 남들을 열등하게 만드는 것이니,
뜻하지 않게 '남을 헐뜯는 일'이 되어버리고
그는 '남을 해치는 사람,
남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사람(災人者) '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회(顔回)의 덕행과 재능이 뛰어날수록
더욱 더 남들의 미움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남들한테 해를 입고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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