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2-2.제물론(齊物論)
:큰 지혜는 여유있고 관대하지만 (大知閑閑)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제물론(齊物論)이란?
'제물(齊物)'은 장자(莊子)가 천지만물(天地萬物)을 바라보는 시선이니,
'만물을 가지런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이것은 차별없는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만 드러나는 '만물의 참 모습(齊物)'이다.
오직 무심(無心)과 무아(無我)의 경지에 설 때..
천지만물과 내가 가지런히 평등함을 알며,
생사(生死)를 초월할 수 있다.
세상의 온갖 어지러운 시비(是非)들을 '본래의 밝음(明, 天)'에 비춰서 보며,
자연(自然, 道)에 맡긴다.
그럴 때에 천지만물과 모든 시비가 절로 조화롭게, 가지런하게 '하나(一, 道)'가 된다.
그것이 '제물(齊物)'이다.
큰 지혜는 여유있고 관대하지만(大知閑閑)
작은 지혜는 염탐꾼처럼 흠을 잡는다.(小知閒閒)
큰 말은 꾸밈없고 담담하지만 (大言炎炎)
작은 말은 시끄럽게 떠들어댄다.(小言詹詹)
잠을 잘 때는 혼백(魂)이 꿈을 꾸며 들락날락거린다.(其寢也魂交)
잠에서 깨어나면, 몸의 다섯 가지 감각이 열려(其覺也形開)
외부의 사물(外物)과 접촉하면서 마음이 어지러워지니,(與接爲構)
날마다 마음은 싸운다.(日以心鬪)
어떤 때는 너그럽고,(縵者)
어떤 때는 심각하고,(고者)
어떤 때는 치밀하게 마음을 쓴다.(密者)
마음은 작은 두려움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고,(小恐惴惴)
큰 두려움에 정신을 잃기도 한다.(大恐縵縵)
시위에 먹인 화살처럼 말이 모질게 튀어나가는 것은(其發若機栝)
그 마음이 시비를 따지기 때문이다.(其司是非之謂也)
무슨 저주나 맹세를 하듯 그 마음이 꿈쩍도 않는 것은(其留如詛盟)
남을 이기려는 고집 때문이다.(其守勝之謂也)
가을과 겨울처럼 쇠잔해진다는 것은(其殺若秋冬)
나날이 마음이 스러져가는 것이니,(以言其日消也)
한번 빠져 들어가면(其溺之所爲)
다시 회복할 수 가 없다.(之不可使復之也)
바늘로 꿰맨 듯 꽉 막혔다는 것은(其厭也如緘)
마음이 늙고 메마른 것이니,(以言其老洫也)
죽음에 가까워진 마음은 (近死之心)
다시 소생시킬 수 가 없다.(莫使復陽也)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喜怒哀樂)
걱정하고, 탄식하고, 변덕스럽고, 까불고, 방탕하고,(慮歎變慹姚佚)
뽐내고, 허세를 부리는 마음의 작용이 (啓態)
마치 음악 소리가 악기의 빈 곳에서 나오고 (樂出虛)
버섯이 습기 속에서 돋아나는 것처럼 (蒸成菌)
밤낮으로 눈 앞에 번갈아 나타나지만,(日夜相代乎前)
그 마음의 작용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알지 못한다.(而莫知其所萌)
아아, 그만 두어라! 안타깝구나!(已乎 已乎苶)
그렇게 아침 저녁으로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旦暮得此)
그 근원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랴? (其所由以生乎)
그런 감정이 아니면 내가 없고, (非彼無我)
내가 아니면 그런 희노애락의 감정이 드러날 데가 없다.(非我無所取)
이 말은 진실에 가까운 듯 한데(是亦近矣)
무엇이 그렇게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而莫知所爲使)
'참된 주재자(眞宰, 참주인)'가 있는 듯 한데(若有眞宰)
그 조짐(朕)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而特不得其朕)
그 작용(行)은 뚜렷한데(可行已信)
그 형상(形)을 볼 수가 없다.(而不見其形)
실재(情)는 있지만 형상(形)이 없기 때문이다.(有情而無形)
또한 사람의 몸에는 백 개의 뼈마디(百骸)와 아홉 개의 구멍(九竅)과
여섯 개의 내장(六臟)이 갖추어져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어느 것과 더 친한가?
그대는 그것들 모두를 좋아하는가?
그 중에서 특별히 더 사랑하는 것이 있는가?
모두 같다면, 신하와 첩으로 삼을까?
신하와 첩은 서로 다스릴 수가 없는가?
그렇다면 서로 번갈아 임금도 되고 신첩도 되게 할까?
아니다. '참 임금(眞君, 참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다.(其有眞君存焉)
그 실재(情)를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如求得其情如不得)
그 '참 주인(眞)'에게는 더함도 덜함도 없다.(無益損乎其眞)
※ 사람은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꿈은 마음의 작용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몸이 활동하면서 오감(五感,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열리고,
감각이 외부의 사물(外物)과 접촉하여 대상에 부딪히면서
다시 수많은 생각과 감정, 욕망이 일어난다.
깨어있을 때 마음의 작용은 더욱 활발해진다.
장자(莊子)는 이것을 '날마다 마음이 다툰다(心鬪)'고 말한다.
※ 이런 마음의 작용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는 그 '근원'은 무엇인가?
여기에 희노애락의 감정과 욕망을 뚜렷하게 느끼는 '나'가 있고,
'나의 마음'을 통해 희노애락의 감정과 욕망이 드러나지만,
나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은 끊임없이 변하고,
덧없이 일어났다 사라져간다.
그런데 나는 그 생각과 감정과 욕망이 어디서 일어나서,
어디로 사라져 가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나는 나의 '무의식(無意識)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
무의식의 세계는 자연(自然)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의식(意識)이 완전하게 인지할 수 없는 세계이며,
바로 '스스로 그러한(自然) 세계'다.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의식(意識)의 세계'는 불완전하며,
전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인식하는 의식의 세계..
나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은..
'마음의 참된 주재자(眞宰)'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마음의 참 주인(眞宰)'은 누구인가?
※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먼저 몸의 한 부분이 몸 전체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내가 심장이나 콩팥이나 갈비뼈를 특별히 더 사랑한다고 해도
심장이나 콩팥이나 갈비뼈가 '몸의 참 주인, 참 임금(眞君)'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사람의 몸에는 '불수의근(不隨意筋)'이란 게 있다.
이 불수의근(不隨意筋) 은 바로 '무의식(無意識)의 영역, 뇌간(腦幹)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폐의 호흡 기능'이 있다.
이렇게 몸에서 생명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기능과 작용은..
오히려 나의 의지대로, 나의 생각과 욕망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생명의 보호를 위한 '자연(自然)의 장치'다.
그렇다면 이런 장치를 만든 '몸의 참 임금(眞君)'은 누구인가?
※ 아마도 마음의 참 주인(眞宰), 몸의 참 임금(眞君)이 있는 듯 한데(若有眞宰)..
그 실재(情)는 있지만, 그 작용(行)은 뚜렷하지만,
그 참 주인(眞)을 볼 수가 없다..(而不見其形)
왜냐하면 마음의 참 주인(眞宰), 몸의 참 임금(眞君)은 그 형상(形)이 없기 때문이다..(有情而無形)
그런들 아무련들 어떠랴.
사람이 마음의 참 주인(眞宰)을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몸의 참 임금(眞君)을 알든 모르든,
그 참 주인(眞)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아무런 더함도 덜함도 없는 것이다.(無益損乎其眞)
※ 여기서 장자(莊子)가 말하는 마음의 참 주인(眞宰), 몸의 참 임금(眞君)은..
어떤 인격적인 존재나 유일신(唯一神)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장자(莊子)가 말하는 '참 주인(眞)'은.. 바로 '자연(自然)'이다.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道'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 마음의 道를, 그 몸의 道를..
참 주인인 '자연(自然)'에 일치시켜야 한다.
인위적이지 않은..
무위무욕(無爲無欲)한 '자연(自然)의 道'에 맡겨야 한다.
그렇게 늘 자연스러운 마음과 자연스러운 몸의 상태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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