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6-3.대종사(大宗師)
:그런 사람은 마음을 잊고 (若然者 其心志)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산책』, 이아무개, 삼인)
그런 사람은(眞人은) 마음을 잊고 (若然者 其心志)
얼굴은 고요하고 (其容寂)
이마는 반듯하다. (其顙頯)
서늘한 모습은 가을 같고 (凄然似秋)
따뜻한 모습은 봄 같다. (煖然似春)
기뻐하고 성내는 것이 사계절의 변화에 통하고 (喜怒通四時)
만물과 조화로우니 (如物有宜)
그 끝간데를 알 수 없다.(而莫知其極)
그러므로 聖人은 군사를 일으켜 (故聖人之用兵也)
남의 나라를 쳐도 인심을 잃지 않으며 (亡國而不失人心)
이익과 은택을 만세에 베풀어도 (利澤施乎萬世)
사람을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不爲愛人)
그러므로 사물이 자기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故樂通物)
聖人이 아니다.(非聖人也)
친함이 있으면 어진 사람이 아니다.(有親 非仁也)
때를 계산하면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다.(天時 非賢也)
이익과 해로움을 하나로 여기지 못하면 군자가 아니다. (利害不通 非君子也)
명예를 좇느라 자기를 잃어버리면 선비가 아니다.(行名失己 非士也)
제 몸을 망치면서 참되지 못하면 (亡身不眞)
남을 부릴 만한 사람이 아니다.(非役人也)
호불해, 무광, 백이, 숙제, 기자, 서여, 기타, 신도적 같은 사람들은
(若狐不偕, 務光, 伯夷, 叔齊, 箕子, 胥餘, 紀他, 申徒狄)
남이 부리는 대로 부림을 당한 사람들이다. (是役人之役)
남의 만족을 자기의 만족으로 삼았으니, (適人之適)
스스로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다.(而不自適其適者也)
※ 진인(眞人)은 욕심에 끌려다니지 않으니, 마음을 잊은 사람이다.
마음을 잊었기에 그의 얼굴은 고요하고,
찌푸릴 일이 없으니, 그의 이마는 반듯하다.
그가 기뻐할 때는 봄날같고,
그가 성낼 때는 가을 서리와 같다.
그가 기뻐하고 성내는 것은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 聖人이 불가피하게 군사를 일으켜 전쟁을 해도
백성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은
그가 오직 '공심(公心)'으로 하기 때문이다.
聖人은 전쟁을 하든, 이익과 혜택을 베풀든
사람을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사람을 사랑한다(愛人)'는 것은
특별히 어떤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애착하는 것, 편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특별히 어떤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면
그에 맞서는 (이해관계의 반대편에 서 있는)
특별히 어떤 사람(들)을 미워하고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공심(公心)'이 아니다. '하늘의 마음(天心)'이 아니다.
그것은 '사심(私心)'이다.
그러므로 聖人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不爲愛人)
오직 '하늘의 마음(天心)'을 따를 뿐이며,
'하늘의 道(天道)'를 지켜나갈 뿐이다.
※ 명예, 이름(名)을 얻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은 '선비(士)'가 아니다.
명예(名)를 얻기 위해서.. 자기 몸을 망치고, 자연(自然)이 준 참된 본성을 저버린 사람은
'남을 부릴 만한 수준의 사람(役人)'이 아니다.
즉, 그는 지도자(leader)가 될 수 없다.
결국 그는 남의 부림을 받게 된다.
여기에 장자(莊子)의 날카로움이 있다.
장자(莊子)는 당시 사람들에게
의인(義人), 현자(賢者), 충신(忠臣)으로 추앙받던 사람들의 이름을 겁도 없이 마구 거론한다.
그들은 참된 자신이 되지 못하고, 명예를 구하여 몸을 망치고,
'자연과 생명의 道(무위자연의 道)'를 저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그들은 누구인가?
○'호불해(狐不偕)'는 요(堯)임금이 제위를 물려주려 하자,
수치로 여겨서 황하(黃河)에 몸을 던져 죽은 은자(隱者)다.
(고대에 단군조선의 신권과 주변 국가들의 신흥왕권의 문제는
중요한 세계관의 대립이었고, 따로 깊이 들여다 볼만한 가치 있는 문제다!)
○'무광(務光)은 은(殷)나라 탕(湯)임금이 제위를 물려주려 하자,
돌을 안고 여수(廬水)에 몸을 던져 죽었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고죽국(孤竹國)의 두 왕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제가 서로 임금 자리를 사양하다가 결국 둘 다 왕위에 오르지 않고 주(周)나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은(殷)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출정하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을 만나서
정복 전쟁의 부당함을 간했지만 듣지 않자, 주(周)나라의 곡식을 먹을 수 없다 하여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굶어죽었다고 전해진다.
○'기자(箕子)'는 은(殷)나라 주(紂)왕의 신하다. 주왕의 폭정을 말리며 간언을 해도 듣지않자
미친 사람의 흉내를 내었다. 결국 은나라가 망하자 단군조선으로 망명했다.
○'서여(胥餘)'는 오(吳)나라 왕 부차(夫差)를 섬긴 오자서(伍子胥)다.
그는 부차(夫差)에게 간하다가 살해되었다.
혹자는 초(楚)나라의 은자(隱者)이며, 미치광이 흉내를 내었던 광접여(狂接輿)라고도 말한다.
○'기타(紀他)'는 은(殷)나라 탕(湯)임금 때의 은자다. 무광(務光)이 탕(湯)임금의 양위를 거절하고 죽자,
다음에는 자기 차례라고 생각하고 관수(窾水)에 몸을 던져 죽었다.
○'신도적(申徒狄)'은 기타(紀他)와 같은 시대 사람이며,
기타(紀他)의 죽음을 전해듣고 역시 강에 빠져 죽었다.
※ 장자(莊子)가 보기에.. 이들은 결국 남(세상)의 부림을 받으며 살다 간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세상)의 즐거움을, 남(세상)의 가치관과 기대와 만족을
나의 즐거움으로, 나의 가치관과 기대와 만족으로 대신 삼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니,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자(莊子)는 그것을 '거짓된 삶'이라고 보았다.
'물의 방(老莊)(공개) > 장자 내편(莊子內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6-5.대종사(大宗師):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死生 命也) (0) | 2018.07.03 |
---|---|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6-4.대종사(大宗師):옛날의 진인(眞人)은 그 모습이 우뚝하여 무너지지 않고(古之眞人 其狀義) (0) | 2018.07.01 |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6-2.대종사(大宗師):옛날의 진인(眞人)은 보잘 것 없다고 거절하지 않고(古之眞人 不逆寡) (0) | 2018.06.29 |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6-1.대종사(大宗師):하늘이 하는 일을 알고 (知天之所爲) (0) | 2018.06.28 |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5-8.덕충부(德充符):"사람에게 본래 감정(情)이 없는 것이오?"(人故無情乎) (0) | 2018.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