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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老莊)(공개)/장자 내편(莊子內篇)

장자이야기 내편(內篇) 5-8.덕충부(德充符):"사람에게 본래 감정(情)이 없는 것이오?"(人故無情乎)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6. 3.








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5-8.덕충부(德充符)

:"사람에게 본래 감정(情)이 없는 것이오?"(人故無情乎)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이기동, 동인서원)




혜자(惠子)가 장자(莊子)에게 말했다.(惠子謂莊子曰)

"사람에게 본래 감정(情)이 없는 것이오?"(人故無情乎)


장자(莊子)가 말했다.

"그렇소."(莊子曰 然)


혜자(惠子)가 말했다.(惠子曰)

"사람에게 감정(情)이 없다면 어찌 그를 사람이라 할 수 있겠소?"(人而無情 何以謂之人)


장자(莊子)가 말했다.(莊子曰)

"道가 그에게 얼굴을 주고(道與之貌)

하늘이 그에게 몸을 주었는데,(天與之形)

어찌 그를 사람이라 하지 않겠소?"(惡得不謂之人)


혜자(惠子)가 말했다.(惠子曰)

"이미 사람이라고 한다면(旣謂之人)

어찌 감정(情)이 없을 수가 있소?"(惡得無情)


장자(莊子)가 말했다.(莊子曰)

"그것은 내가 말하려는 감정(情)이 아니오.(是非吾所謂情也)

내가 '감정이 없다(無情, 무정하다)'고 하는 것은(吾所謂無情者)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안으로 그 몸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人之不以好惡內傷其身)

언제나 자연의 道를 따르며,(常因自然)

'억지로 잘 살려고(益生)하지 않는 것'이라오."(而不益生也)


혜자(惠子)가 말했다.(惠子曰)

"사람이 잘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不益生)

어떻게 그 몸을 보전할 수 있겠소?"(何以有其身)


장자(莊子)가 대답했다.(莊子曰)

"道가 그에게 얼굴을 주고(道與之貌)

하늘이 그에게 몸을 주었으니,(天與之形)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그 몸을 해치지 말아야 하오.(無以好惡內傷其身)

지금 선생은 정신(神)을 밖으로 내돌리며(今子外乎子之神)

몸의 정기(情)를 고단하게 하고 있소.(勞乎子之精)

나무에 기대어 헛소리를 읊으며(倚樹而吟)

마른 오동나무 책상 앞에 앉아 어지러워하고 있소.(據槁梧易瞑)

하늘이 선생에게 몸을 골라 주었는데도(天選子之形)

선생은 궤변(堅白)만 늘어놓고 있구려!"(子以堅白鳴)




※ 이 글은 앞에서 나온.. '聖人은 사람의 몸을 가졌으나(有人之形),

사람의 감정은 없다(無人之情)'는 대목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견백론(堅白㤻)'이라는 궤변으로 유명했던 '혜시(惠施, 惠子)'는...

'聖人은 무정(無情)하다, 감정이 없다(無人之情)'는 장자(莊子)의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 어찌 사람에게 희노애락의 감정이 없을 수가 있는가?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과연 사람다운 사람인가?"




장자(莊子)는 대답하기를...


"聖人이 희노애락(喜怒哀樂) 그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오.


(聖人도 좋은 일을 보면 기쁘고, 슬픈 일을 보면 눈물을 흘리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감탄하고, 옳지 못한 일에는 의분을 느끼오.)



그러나 지금 내가 '무정하다, 감정이 없다(無情)'고 말하는 것은..


聖人은 '욕망과 집착' 에 끄달려서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시시비비(是是非非)'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소.

그 욕심과 집착에서 나오는 희노애락의 감정(情)은 독(毒)이 되어

마침내 자신의 몸을 안에서 병들게 만든다오.



그런데 聖人에게는 그런 욕심과 집착의 감정이 없소.

그래서 '무정(無情)'하다오.


聖人은 다만 '자연(自然)의 道'에 따를 뿐이오.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益生) 

억지로 경쟁하며 살지는 않는다오."

  



※ 장자(莊子)는.. 이번에도 혜시(惠施)에게 따끔한 한 소리를 한다.


"하늘이 선생에게 좋은 몸을 골라주었는데도..

(선생은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는데도..)


헛된 명성을 얻기 위해 

정신을 밖으로 마구 쏟아서 몸의 정기를 소모하고..

(욕심과 감정에 빠져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고작 나무에 기대어 서서 한다는 소리가

헛소리나 시부렁거리는구려.

(견백이니 어쩌니하며.. 궤변이나 늘어놓는구려.)


오동나무 책상 앞에 앉아서 

선생은 남들과 논쟁하느라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구려.


뭐 하는 짓이오?

부디, 숨을 고르고, 무정해지시오!"


(나는 가끔씩 혜시(惠施)가 불쌍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