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5-6.덕충부(德充符)
:"어떤 것을 재질(才)이 온전하다고 합니까?"(何爲才全)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 이기동, 동인서원)
애공(哀公)이 물었다.(哀公曰)
"어떤 것을 재질(才)이 온전하다고 합니까?"(何爲才全)
공자(仲尼)가 대답했다.(仲尼曰)
"죽음과 삶(死生存亡),
가난함과 부유함(窮達貧富),
어진 사람과 못난 사람(賢與不肖), 비방과 칭찬(毁譽),
굶주림과 목마름(飢渴), 추위와 더위(寒暑),
이런 것들은 사물(事)의 변화요, 생명(命)의 움직임입니다.(是事之變 命之行也)
밤낮으로 우리 눈 앞에서 번갈아 나타나지만(日夜相代乎前)
사람의 지혜로는 그 시원(始)을 헤아리지 못합니다.(而知不能規乎其始者也)
그러므로 이런 것들은 자연의 조화(滑和)를 어지럽히지 못하며(故不足以滑和)
우리 마음 깊은 곳(靈府)에 스며들 수도 없습니다.(不可入於靈府)
평화롭고 즐거운 기운이 소통하게 하여(使之和豫通)
마음의 기쁨을 잃지 않고,(而不失於兌)
밤낮으로 쉬지 않고(使日夜無郤)
만물과 더불어 봄 기운 속에 놀게 됩니다.(而與物爲春)
이것이야말로 만물과 접하여 사는 것이며(是接而生)
본래 마음의 상태(道)로 사는 것입니다.(時於心者也)
이런 사람을 '재질이 온전한 사람(才全)'이라고 말합니다."(是之謂才全)
(애공哀公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을 '덕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합니까?"(何謂德不形)
(공자仲尼가 대답했다.)
"평형(平衡)이란 물이 멈추어 지극히 고요한 상태를 말합니다.(曰 平者水停之盛也)
그것을 기준(法,법도)으로 삼는 까닭은(其可以爲法也)
안으로 고요함을 지니고 밖으로 요동치지 않기 때문입니다.(內保之而外不蕩也)
德이란 조화(和)를 이루는 수양입니다.(德者成和之修也)
德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德不形者)
만물이 떨어져 나갈 수 없습니다.(物不能離也)
훗날 애공(哀公)이 민자(閔子)에게 말했다.(哀公異日以告閔子曰)
"처음 내가 남면하여 천하의 임금이 되었을 때(始也吾以南面而君天下)
백성을 다스리는 기강을 세우고(執民之紀)
그들이 죽지 않도록 힘쓰는 것으로(而憂其死)
스스로 정치에 통달했다고 생각했소.(吾自以爲至通矣)
이제 (공자에게서) 지인(至人)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今吾聞至人之言)
내가 실제의 德을 갖추지 못한 채(恐吾無其實)
경솔하게 몸을 놀려 나라를 망칠까 두려워하게 되었소.(輕用吾身而亡吾國)
나와 공자는 군신(君臣)관계가 아니라(吾與孔丘非君臣也)
덕으로 사귀는 벗(德友)이라오."(德友而已矣)
※ 공자(孔子, 실제로는 莊子..)는 말하기를..
'하늘이 준 재질을 온전히 간직한 사람(才全)'이란..
살고 죽는 것, 가난하고 부귀한 것, 지혜롭고 어리석은 것,
그 몸이 굶주리고 목마른 것,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는 것들이
삶 속에서 늘 일어나고 변화하는 '생명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며,
사람의 지혜로는
그 '생명 현상의 맨 처음, 그 변화의 근원'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현상들 때문에 '감정'에 빠지지 않는다.
즉, 그는 삶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는 가난을 한탄하지도 않고, 부귀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는 지혜를 좋아하지도 않고, 어리석음을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하나의 '변화하는 현상(事之變 命之行)'으로 볼 뿐이다.
※이런 '변화하는 현상(事之變 命之行)'들은
근본이 되는.. '자연의 큰 조화와 질서(滑和)'를 어지럽게 하지 못한다.
'골화(滑和)'는 '혼돈, 무질서 속의 조화'이니, '자연(自然)'을 의미한다.
또한 '자연의 큰 조화(滑和)와 하나된 사람(才全)'의
'신령스러운 마음(靈府)'에도 침범할 수가 없다.
'영부(靈府)'는 '신령스러운 창고'이니, '사람의 본래마음'을 말한다.
사람의 본래마음(靈府)은 무한히 넓고 커서
우주만물을 너끈히 품으며,
텅 빈 것 같으면서도 온갖 신령한 작용이 거기서 나오기 때문에
'신령스러운 창고'라고 말한 것이다.
※ 그러므로 '재질이 온전한 사람(才全)'은
그 신령스러운 마음의 창고에서.. 조화롭고 즐거운 마음(和豫)을 내어..
항상 기뻐하며(兌), 따뜻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봄기운을 만들어 내어(爲春),
언제나 만물과 함께 그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만물은.. 그리고 사람들은..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봄처럼) 따스해지고 온유해져',
봄햇살과 봄바람처럼.. 위로 받고, 힘나고, 기쁘고, 평안해진다.
애태타(哀駘它)는 그렇게.. '만물과 함께 살아가며(接而生)'
매 순간 '본래마음(道, 천지마음)으로 사는 사람'이었다.(時於心)
※ 또한 공자(孔子, 실제로는 莊子..)는 말하기를..
'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德不形)'의 모습이란...
'물이 멈추어 지극히 고요한 상태(平者水停之盛)'와 같아서
안으로 고요함을 지니고(平, 內保)
밖으로 요동치지 않는다(外不蕩)고 말한다.
(물을 담은 그릇을 기울이면..
물은 계속해서 완전한 수평을 유지하려고 하며..
어느 한계점이 지나가면 물은 아래로 쏟아진다.
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물론 중력의 작용도 있지만..
물이 계속해서 수평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은 다른 모든 것의 기울기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 이처럼 '덕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德不形)'은
(고요한 물처럼) 스스로 '평정(平靜)'을 이루며,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니,
참된 德이란.. '만물과 조화(和)를 이루는 수양'이다.(成和之修)
그렇게 만물과 조화를 이루었을 때...
만물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갈 수 없으며(物不能離)...
(만물과 그는 하나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도 역시 그를 떠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따르며.. 그와 함께 지내고 싶어 한다.
※ 여기서 '민자(閔子)'는 공자의 제자인 '민자건(閔子騫)'이다.
그의 자(字)인 '건(騫)'은 '건(蹇)'과 뜻이 통하여 절름발이, 불구자라는 뜻이다.
그의 이름인 '손(損)'은 신체적인 결손을 의미한다.
즉 '민자건(閔子騫)'은 덕이 높은 제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절름발이였다.
애공(哀公)은 공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임금의 德'이란.. 단지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자기 백성을 굶주림과 전쟁 속에서 죽지 않도록 보살피는 일 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만물과 함께 살아가며(接而生)..
안으로 고요함을 지니고 밖으로 요동치지 않아서(平靜)..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수양'을 쌓으며..(成和之修)..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아야만..
백성들이 그를 마음으로 따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物不能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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