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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

오규원- 버스 정거장에서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9. 7.








버스 정거장에서



오규원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詩)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作詩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주민등록증번호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안 된다면 안 되는 모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어리석은 독자를 

배반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하고 있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며

오지않는 버스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 시대의

시가 배반을 알 때까지

쮸쮸바를 빨고 있는

저 여자의 입술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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