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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김춘수- 강우(降雨)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6. 28.








강우(降雨)



김춘수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 노년에, 김춘수 시인이 아내와 사별하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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