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구(平邱)에서
다산 정약용(1762- 1836)
송재소 옮김
최(崔)가 종, 너와 헤어진 십여 년 만에
오늘밤 찾아와 네 집에서 자는 구나
너 이제 집을 이뤄 살림살이 넉넉하여
단지 그릇 물건들이 모두가 빛이 나네
밭에는 채소 심고 논엔 벼 심고
아내는 주막일 아들 놈은 배를 타니
위로는 매질이 없고 아래론 빚 없어
한평생 호탕하게 강변에서 사는구나
내 비록 벼슬하나 무슨 보탬 있으리요
나이 사십 오히려 번민만 더해가니
천 권 책 읽었어도 가난 면치 못하였고
고을살이 삼 년에 조그만 땅도 없네
흘겨보는 백안(白眼)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젊은 몸이 초췌하여 문 항상 닫고 사네
아무리 재어보고 달아보아도
일백 번 네가 낫고 내가 못하네
때마침 가을 바람에 순로(蓴盧)의 흥 빌어다가
욕을 씻고 분을 갚아 너하고 같이 살리
(다산 정약용 선생이 데리고 있다가 놓아 준 옛 종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 순로(蓴盧)- 야채국과 농어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연명- 귀거래사(歸去來辭) (0) | 2016.08.31 |
---|---|
굴원- 어부사(魚父辭, 어부의 노래) (0) | 2016.08.29 |
도연명- 아들을 꾸짖다(責子) (0) | 2016.08.25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0) | 2016.08.21 |
이시카와 다쿠보쿠- 나를 사랑하는 노래 1, 6, 7 (0) | 2016.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