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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다산 정약용- 평구(平邱)에서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6. 8. 27.






 



평구(平邱)에서


다산 정약용(1762- 1836)

송재소 옮김

 

    

 

()가 종, 너와 헤어진 십여 년 만에

오늘밤 찾아와 네 집에서 자는 구나

너 이제 집을 이뤄 살림살이 넉넉하여

단지 그릇 물건들이 모두가 빛이 나네

밭에는 채소 심고 논엔 벼 심고

아내는 주막일 아들 놈은 배를 타니

위로는 매질이 없고 아래론 빚 없어

한평생 호탕하게 강변에서 사는구나

내 비록 벼슬하나 무슨 보탬 있으리요

나이 사십 오히려 번민만 더해가니

천 권 책 읽었어도 가난 면치 못하였고

고을살이 삼 년에 조그만 땅도 없네

흘겨보는 백안(白眼)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젊은 몸이 초췌하여 문 항상 닫고 사네

아무리 재어보고 달아보아도

일백 번 네가 낫고 내가 못하네

때마침 가을 바람에 순로(蓴盧)의 흥 빌어다가

욕을 씻고 분을 갚아 너하고 같이 살리






(다산 정약용 선생이 데리고 있다가 놓아 준 옛 종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 순로(蓴盧)- 야채국과 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