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연지1
이태수
한여름, 마음이 먼저 간 뒤
발길도 슬며시 따라가 닿은 유등연지.
비 그친 오후 한때
어깨 부딪히는 초록 저희 우산들 사이
연꽃들 환하다. 무더기로 환하다.
왜가리 떼 날아 내려 긴 부리 세우고
물 밑은 쪼아 대는 동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밀어 올리는
불길, 불꽃들, 진흙 물 위를 밝히는
연등들은 그러므로 그윽하게 아프다
햇살 뛰어내릴 때보다
해거름에 다가갈수록 환해진다.
그 아픈 언저리. 왜가리도, 내 마음도
마냥 붙박이가 되고 있다.
등 뒤에는 누군가의 아득한 독경 소리.
허공을 흔들고, 연꽃잎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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