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정신과 병동
마종기
비 오는 가을 오후에
정신과 병동은 서 있다.
지금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겨울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 몇 살이냐고요? 오백두 살입니다. 내 색시는 스물한 명이지요.
고시를 공부하다 지쳐버린
튼튼한 이 청년은 서 있다.
죽어버린 나무가 웃는다.
글쎄, 바그너의 작풍이 문제라니 내가 웃고 말밖에 없죠. 안 그렇습니까?
정신과 병동은 구석마다
원시의 이끼가 자란다.
나르시스의 수면이
비에 젖어 반짝인다.
이제 모두들 제자리에 돌아왔습니다.
추상을 하다, 추상을 하다
추상이 되어버린 미술 학도,
온종일 백지만 보면서도
지겹지 않고
까운 입은 삐에로는
비 오는 것만 마음 쓰인다.
이제 모두들 깨어났습니다.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수- 유등연지1 (0) | 2016.06.22 |
---|---|
나태주- 아내/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0) | 2016.06.15 |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한다. (0) | 2016.05.30 |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0) | 2016.05.21 |
유안진- 구미호 (0) | 201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