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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문병란_ 법성포 여자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6. 7. 4.





 

법성포 여자



문병란

    


 

마이가리에 묶여서

인생을

마이가리로 사는 여자

 

 

주막집 목로판에 새겨온 이력서는

그래도 화려한 추억

항구마다 두고 온 미련이 있어

바다 갈매기만도 못한 팔자에

부질없는 맹세만 빈 보따리로 남았구나.

 

 

우리님 속 울린

빈 소주병만 쌓여가고

만선 소식 감감한

칠산바다 조기떼 따라간 님

법성포 뱃사공은 영 돌아오지 않네.

 

 

어느 뭍에서 밀려온 여자

경상도 말씨가 물기에 젖는데

알뜰한 순정도 아니면서

철없는 옮살이 바닷제비

서쪽 하늘만 바라보다

섬동백처럼 타 버린 여자야

 

 

오늘도 하루 해

기다리다 지친 반나절

소주병을 세 번 비워도

가치놀 넘어서 돌아올 뱃사공

그 님의 소식은 감감하구나.

 

 

진상품 조기는 간 곳 없고

일본배 중공배 설치는 바다에

허탕친 우리님,

빈 배 저어 돌아올

굵은 팔뚝 생각하면 울음이 솟네.

 

 

진종일 설레는 바람아

하 그리 밤은 긴데

촉촉이 묻어오는 눈물

여인숙 창가에 서서

미친 바다를 보네

출렁이는 우리들의 설움을 보네.

 

 

뱃길도 막히고 소식도 끊기고

징징 온 종일 우는 바다

니나노 니나노

아무리 젓가락을 두둘겨 보아도

얼얼한 가슴은 풀리지 않네.

 

 

용왕님도 나라님도 우리 편 아니고

조기떼도 갈치떼도 우리 편 아니고

밀물이 들어오면 어이 할거나

궂은 비 내리면 어이 할거나.

 

 

오오 답답한 가슴 못 오실 님

수상한 갈매기만 울어

미친 파도를 안고

회오리 바람으로 살아온 여자

만선이 되고 싶은 밤마다

텅 빈 법성포 여자의 몸뚱이도

미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