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여자
문병란
마이가리에 묶여서
인생을
마이가리로 사는 여자
주막집 목로판에 새겨온 이력서는
그래도 화려한 추억
항구마다 두고 온 미련이 있어
바다 갈매기만도 못한 팔자에
부질없는 맹세만 빈 보따리로 남았구나.
우리님 속 울린
빈 소주병만 쌓여가고
만선 소식 감감한
칠산바다 조기떼 따라간 님
법성포 뱃사공은 영 돌아오지 않네.
어느 뭍에서 밀려온 여자
경상도 말씨가 물기에 젖는데
알뜰한 순정도 아니면서
철없는 옮살이 바닷제비
서쪽 하늘만 바라보다
섬동백처럼 타 버린 여자야
오늘도 하루 해
기다리다 지친 반나절
소주병을 세 번 비워도
가치놀 넘어서 돌아올 뱃사공
그 님의 소식은 감감하구나.
진상품 조기는 간 곳 없고
일본배 중공배 설치는 바다에
허탕친 우리님,
빈 배 저어 돌아올
굵은 팔뚝 생각하면 울음이 솟네.
진종일 설레는 바람아
하 그리 밤은 긴데
촉촉이 묻어오는 눈물
여인숙 창가에 서서
미친 바다를 보네
출렁이는 우리들의 설움을 보네.
뱃길도 막히고 소식도 끊기고
징징 온 종일 우는 바다
니나노 니나노
아무리 젓가락을 두둘겨 보아도
얼얼한 가슴은 풀리지 않네.
용왕님도 나라님도 우리 편 아니고
조기떼도 갈치떼도 우리 편 아니고
밀물이 들어오면 어이 할거나
궂은 비 내리면 어이 할거나.
오오 답답한 가슴 못 오실 님
수상한 갈매기만 울어
미친 파도를 안고
회오리 바람으로 살아온 여자
만선이 되고 싶은 밤마다
텅 빈 법성포 여자의 몸뚱이도
미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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