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5. 10. 2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른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지우- 나는 너다 503  (0) 2015.10.28
최하림- 가을, 그리고 겨울   (0) 2015.10.27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0) 2015.10.21
만해 한용운- 군말  (0) 2015.10.16
이성선- 티벳에서  (0) 201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