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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 /아름다운 지구 가꾸기

[스크랩] 어느 대목장의 집짓는 이야기 2 - 좋은 집터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09. 11. 17.
" 요즘 집들 보면 말여..집이 너무 억세단 말이시.
서울에 아파트만 억센게 아니고.....논두렁에 지은 집들도 하나같이 억세게들 짓드만...
그리고 뭔 산위에 ..뼝때 위에 ...그렇게 엄청시런 집들이 지어대는지 원...
물가차이에도 많이 짓고.......그런데 지을라믄 세멘주추를 한참 높여야 되거던.

내가 일 배울때는 말여..
지기가 사나운데는 집터가 아니라고 배웠거든.
내가 지관도 아니고 풍수도 모르지만서도...한 40년 일댕기다 봉께..터가 쪼매 뵈는데...
산이 아부지면 물은 어무이라....그사이에 깃드는 집은 자식새끼쯤 되겄제..

산과 물이 너무 멀리 있어도 안되지만 너무 가차이 있어도 안되야..
물하구 산은 서로 친해야허구..여간 해서 싸우는 법이 없지만도....
산허구 물이 너무 가까이 있으믄 잘못하믄 싸운단 말이시...
물하고 산하고 가까이 있으믄 뼝때(벼랑,절벽의 강원도 사투리)가 안생기든가?..
요즘 설 사람들은 그런데를 경치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인디...
옛사람들은 그런데 정자는 지어도 살림집은 안지었거든....놀기는 좋아도 살기는 그른터다 이거지...

뼝때가 있는 땅은 어무이 아부지가 싸우는 땅이라...
물이 산더러 저리 비키라 하고...산은 어데 덤벼봐라 하고..바위로 칼을 갈아 세운 형국이라 이거지...
자고로 부모 금슬 안좋은 집안에 효자 없고, 선비 없는것이여.
그런터는 자연 지기가 사나워 지고 사람한데도 안좋단 말이여.

그런데다 집을 지을 라믄 집을 억세게 지으야 되는디..
그러믄 전입가경이라..부모는 서로 싸워쌓고, 자식은 부모 못믿겠다고 지주장을 내세우는 꼴이 되거던..
지기가 사나운 땅에서는 사람이 편할수 없는 것이여.

안동 하회땅이 왜 명당인줄 아는가?.
그땅은 수천 수만년을 쌓워서 이제는 서로 미운정 고운정 다들어....화평한 땅이라...
다 늙어..서로 불쌍한줄 알고..서로 챙겨주면 의지해 사는 노인 부부 같은 땅이라....
땅이 화평하니 그터에서 좋은 인물들이 얼마나 많이 났던가?

좌청룡 이니 우백호니..주산이 어쩌니 조산이 어쩌니 ...그전에 질로 중요한거슨 ..땅이 화평해야 하는기라..
물허구...땅허구의 쌈이 끝난 땅이 좋은 기라.

지기가 사납고...경치가 좋은 땅에는 어쩌다 한번 바람 쐬러 댕기는 땅이지 ..사람살 땅이 아닌기라..
왜 옛날 장수들이 그런데로..무술하고 사냥하러 다녔겠노?...
다 그땅에 험하고 사나운 지기를 지가 받아서...용맹한 장수 될라는 기라....

그런데 그런땅에 살림집이 있으믄..집안이 화평하지 않고...식구들 성정이 억세지는 기라...
맨날 앙칼진 돌방구만 보고사는데 ,..안그렇겠드나?

땅이 서로 잡아 묵을라고 으르렁 대는 땅에 사람이 편케 살수 있겠나...집터가 억세면 ..집을 억세게 지어야 되고..
종내는 사람이 억세지는 기라."
계속........
출처 : 해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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