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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 /아름다운 지구 가꾸기

[스크랩] 어느 대목장의 집짓는 이야기 1(옮긴 글)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09. 11. 17.
3회에 걸쳐서 연재될 이 글은 코딱지(류창희) 선생님의 마당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저를 위해서 올려준 글이라 하여 몇 번이고 보았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들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곡식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고들 허지.
옳은 말이여.
주인이 오며 가며 살피는 논밭이랑 주인이 돌보지 않는 밭이랑은 금방 표가 나는겨.

옛날에 5.16인가 허구나서 새마을 운동하기 전에는 촌구석에도 도박꾼들이 많았구먼.
일년 벌어서 겨울에 한 한달 어느집 사랑방에 모여 노름 하고 나면 일년 농사 거덜났지.
그때 그런 말이 있었구먼.
"남정네 노름에 빠진면 그집 마누라보다도 논이 먼저 안다고..."

암 논밭이 먼저알지. 그래서 밭고랑이가 트고.....곡식이 타죽고...
땅이 영물이여.

사람은 땅을 거스르면 안되야.
요즘 집짓는 것들 보면 옛날 못먹고 못산거 한풀이 하듯 참 잘들도 짓대.
허지만 ..그럼 땅이 죽어.
왜 사람 사는 집을 살림집이라고 하는중 알어?
왜 집에 들여 놓는 세간 살이를 살림 살이라고 하는중 알어?

땅을 살리고, 오만가지 생명들을 살리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사람을 살리니까 살림집이여...
그래서 세간이 살림살이여.
요즘 짓는 집덜언 살림집이 아니여.

내 소시적에는 집모양을 생각하고 땅을 보는게 아니고.
땅을 먼저 보고 집 모양을 생각 했구먼...
지붕은 산에 어울리구...우물은 개울에 어울리고...뒷간은 거름더미를 생각해야 되고....그래야 살림 집이구먼....
요즘 처럼 너두 나두 뾰족지붕에 허연 벽바르면...
안되야...그건 땅을 거스르고 ....종내 땅이 죽는 구만....
황토집 짓는다고 해도 ..수천리 떨어진 동네서 퍼다지으면 안되야....그럼 그땅이 싫어허는구만...

돌많은 동네선 돌로 짓고 ...흙좋은 동네선 흙으로 짓고, 춘양목 나는 동네는 춘양목으로 짓고 그러는 거여.

주인이 집짓는다고 집터에 흙과 낭구를 천대하면 안되야...
한해 곡식도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 듣는데......항차 수십년 낭구는 어떻겄어?
땅이야 말헐 것두 없고..
집은 정답이 없는겨..합각지붕(팔작지붕이라고도함 , 일반적인 한옥 형태)이 좋은 터가 있고....
맛배지붕(흔히 말하는 박공지붕)이 좋은 터가 있어..

초가지붕처럼 둥그런 지붕은 쩌그 충청도 처럼 산이 야트막한 땅에 좋지...
뾰족한 지붕은 강원도 처럼 산이 삐죽삐죽한 땅에 좋고..
산에 지붕이 눌려도 안되고. 지붕이 산이랑 싸워도 안좋은겨.
물이랑 산은 싸우는 법이 없어...산이 나스면 물은 물러서고..물이 나스면 산이 물러서지...
그래서 구비구비 그렇게 유구장창 서로 얼싸안고 흐르는겨....
집도 마찬가지지..산이 드세면 집터를 물리고 ..물이 드세면 산으로 옮겨 붙고..그러게 터를 잡는겨.

정지(부엌)하고 꿀뚝은 바람의 방향을 보고 자리를 잡아야 혀, 그리고 나서 고래를 놓는겨....
그래야 불을 다스리지...

마당은 푹꺼지면 안좋아.....집이 덜렁하니 너무 올라가도 안좋고.....
대문은 길에서 반듯허니 올리되 대문 지붕은 집 추녀 보다도 낮아야혀...
그래야 집안이 답답하지 않구만.

바람이 센 터는 돌담을 쌓고....밖에는 탱자 낭구 같은 걸 심으면 좋지....
집뒤에 산이 있으면 대나무밭을 만들어 놔야 혀....
대나무 밭은 항상 서늘 허니 바람이 불고....대나무 밭이 마르니께.....
산에서 물이 나도 대나무 밭은 못건너 오지...
대나무는 낭창낭창해서 산에서 흙이 무너져도 집은 들 상해...

집터가 축축해서 벌거지들이 많으면 천궁이 당귀를 심으면 좋아....
벌거지들은 한약 냄새를 싫어 하거던....당귀는 집마당에 뱀이 드는 것두 막아 준다더만.

옛날 목수들은 집만 짓는게 아니라....이런 것 오만가지 잡스러운 것까지 다챙기면서
지었구먼....그리고 집 주인 한데 잔소리를 많이 했지...테레비 맹근놈이 테레비 젤 잘알고,
집 맹근 놈이 그집 젤 잘아는겨.

그래야 땅에 어울리고 사람을 살리지.
집 지을때 주인이 잔소리 많이 하는 집은 다지어 놔도 집꼴이 안되야.
허긴 집짓는 도적놈들이 하도 많으니...안할수도 없을겨....
그래도 집주인이 좋은집 지을라면....한가지 더 아는 것 보다는 ..한번 들 나스는게...
더 낳구먼...

내 소싯적에 지은 집중에 하나는 집터가 가뜩이나 쫍지레한데...집터에 큰 돌배 나무가 있었어....
터가 좁다보니 이놈이 지붕추녀에 걸리는 거야.
그렇다고 그것도 생명인디 벨수도 없고 해서 바람드는 쪽 지붕은 합각 지붕으로 해서 추녀를 길게 빼고...
돌배 나무있는 쪽은 그냥..
맛배지붕으로 짓고 나무는 그냥 냅뒀드니...배꽃이 피면 아주 좋았어...
덕분에 어린 애 주먹만한 돌배가 열면...그집 쥔은 그걸 따다가 술을 담갔지..
내가 집일 할때는 집지은 뒤에도 한이태는 문짝은 맞는지 어디 덧나지는 않는지...
일없을 대 찾아가 보는데..그때 마다 그쥔이 그술을 내왔지..기가 막혔어.
그집은 지금도 있을걸...

집에서 젤루다가 중한건 우물이여.
개울에서 넘 멀리가면 물이 안나.
넘 가차이 가면 장마때 흙탕물이 들지...
요즘에야 ..기계가 좋아...워낙 깊이 파니께....상관없는가 몰라도...
우물에 물맛이 좋은 집이 살림도 펴더만...

여튼간에...집터를 거슬르고 지으면 안되야...
(여기서 부터 밑줄 쫙) 집주인은 사람이지만....땅주인은 사람이 아닝게.....(밑줄끝)
계속.......

출처 : 해랑원
글쓴이 : 가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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