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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 /아름다운 지구 가꾸기

[스크랩] 어느 대목장의 집짓는 이야기 3 - 좋은집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09. 11. 17.
요즘 그래도 좀 깬 사람들은 세멘 집보다도 나무집 흙집들을 많이 짓대..
좋은 일이여.
허지만 이사람들도 말하는 거슬 보믄 기가 찰일이 있는디...
말끝마다..부석사가 몇 년 됐네...대궐이 몇년 됐네 한단말이시...
대궐 대들보가 봉화땅 춘향목이네...어디땅 먼 나무네 해쌓고...
지도 거그가서 그 나무 사온다고 나대고...

그거 보믄 내가 기가 차는데.....
내가 파리 얘기 하진 않았는가?
왜 사람이 개주인인가도 말했구...
자고로 주인노릇할래믄 지가 거느리는 것은 지보다 목심 질기게 만들 필요 없구만..
개가 사람 보다 들사는거야 하늘이 정한 이친데...
다늙은 개 정들었다구 ..하루 라두 더 살릴라구...병원 델구 댕기구
돈쓰는 거 보믄 한심 한기라.
사람이든 짐승이든 갈때는 뒷끝없이 가야 ...이쁜기라..그기 잘산기라.
나도 살날 을매 안남았다만도 늙어서 안죽겠다고 발부둥치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도 없고.
갈사람 미련스럽게 안보낼라고 악착시리 붙잡는 것도 않좋은기라.
그래서 도를 통하믄 지 죽을때를 안다고 하는기라.

집도 한가지다
엣말에 그런말 있제?..
사람없는 집에 먼지 더 잘 앉는다구...
촌구석에 버려논 옛날 집은 한 이태만 지나면 ..폭삭 무너져 앉아..풀나고..곰팡이 쓸고..그래서
흙이 안되더나...그기 집이라..

잘지은집 못지은집 없이 사람살때 편안코..사람 안살때는 흙이 되는기 그기 순리라.
옛날 잘지은집 입에 올릴거 없는기라...
왜 대궐을 강원도서 나무 갖고 오고..변산에서 돌가꼬 와서 그리 엄청시리 지은줄 아나?
그거는 세상이치 거스르면서라도..즈그 집안이 자자손손 임금 해묵을 라는 욕심 때문인기라..
그때야 백성 보다 즈그 사당 ..뭐라카노 ..그래 맞다 종묘...그기 중한게..
오래 오래 천년 만년 가라고 지은기라...
테레비에서 옛날 얘기 할적에 맨날 백성얘기는 안하고...종묘니 사직이니 안하드나..

허지만도..그거 짓는라고 백성들은 을매나 등꼴 빠졌겠노....
울 할아버지도 경북궁 짓는다고 ..여그 봉화땅에서 잡혀가서 ..소식 없다 안 들었나.
대궐에 그 고래등같은 용마루에는 그때 빠진 백성들 등꼴이 줄줄이 걸려 있는기라...

그래서 거그 사는 임금들은 대대로 손이 귀하고 대가 그리 잘끊기는 기라...강화도령이라는 말도 않있드나?

절집은 왜그리 오래가게 잘짓는중 아나?
사람 목심이야 잠시 잠깐이지만도 부처님 가르치심이야...만고 불변인게...
그 가르치심 담는 집은 오래가야 되는기라..그기야 절에 중들 잘묵고 잘살자고 짓는거 아이다.

우리처럼 무지랭이들은 좋은 집 나쁜집 없는기라...
그저 배불리 먹고 살거 나오는 터 한귀퉁이에...누우면 맘 편한 집한간이면 되는기라..
진짜...좋은 집은 몇자 기둥에 무슨 기와에 달린게 아이고 맘 편한집이 좇?집인기라....
나쁜집은 허름하다고 나쁜기 아이고..남에거 훔치고, 빚내서 지어 가꼬...두고 두고..장리 빚 갚느라 사람 허리 휘게 하는게 나쁜집이라...
지돈 있어 좋은 집 짓는 거야 지맘이다 만서도.....
분수 모르고 욕심으로 지은 집은 ...집이 아니라 짐이다.
사람 살리는 집이 아니라..죽이는 집이다.

좋은 집 찾을거 하나 읍다...
하룻밤 자보이...내 서울 사는 아파트 보다 편하다..그라믄 좋은 집이라..

집은 옷이라..
옷이란거는 더운믄 벗고....추으믄 껴입고 그라믄 된다...
좋은 집은 짓기 쉽고...누우니 편하고....비안새고 ...건사하기편하고.....돈필요해 팔때 잘팔리고..... 썩어야 할때 잘썩고..그라믄 좋은 집인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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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말씀은 ...

"니 이 촌구석에 내려온다고..빚내가꼬 돈지랄 하믄 그날로 발모가지 뒤틀어 서울로
보내 삐린다." 였습니다.

출처 : 해랑원
글쓴이 : 가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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