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류시화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바람의 방(공개)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버트 풀검- 내 인생의 신조 (0) | 2016.11.26 |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0) | 2016.11.22 |
류시화- 소금 (0) | 2016.11.17 |
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0) | 2016.11.16 |
소동파(蘇東坡)- 적벽회고(赤壁懷古, 적벽에서 옛일을 회고하며) (0) | 2016.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