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이상국- 쫄딱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6. 27.








쫄딱



이상국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순식간에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 살쯤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하시냐니까



우리 아빠가 쫄딱 망해서 이사 왔단다



그러자 골목이 갑자기 넉넉해지며

그 집이 무슨 친척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누군가 쫄딱 망한 게

이렇게 당당하고 근사할 줄이야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호승- 사랑  (0) 2018.08.16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0) 2018.08.13
최승호- 비  (0) 2018.06.26
천상병- 귀천(歸天)  (0) 2018.06.25
이영도- 낙화  (0) 2018.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