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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류시화- 꽃등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3. 8.








꽃등



류시화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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