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혼가
요시노 히로시
두 사람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어수룩한 편이 좋다.
너무 훌륭하지 않은 편이 좋다.
너무 훌륭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고 깨닫는 편이 좋다.
완벽을 지향하지 않는 편이 좋다.
완벽 따위는 부자연스럽다고
큰 소리 치는 편이 좋다.
두 사람 중 어느 쪽인가
장난치는 편이 좋다.
발랑 넘어지는 편이 좋다.
서로 비난할 일이 있어도
비난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었는지
나중에 되돌아 봄이 좋다.
바른 말을 할 때
조심스레 하는 편이 좋다.
바른 말을 할 때
상대를 마음 상하게 하기 쉽다고
깨닫는 편이 좋다.
훌륭해지고 싶거나
올바르고 싶다고
마음 쓰지 말고
천천히 느긋하게
햇빛을 쬐고 있는 편이 좋다.
건강하게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 있는 것의 그리움에
문득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날이 있어도 좋다.
그리고
어째서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잠자코 있어도
두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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