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 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 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깍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 몸 흔들며 몸부림 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 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연탄 한 장 (0) | 2015.11.17 |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0) | 2015.11.13 |
요시노 히로시- 축혼가 (0) | 2015.11.06 |
만해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0) | 2015.11.04 |
만해 한용운- 인연설2 (0) | 2015.11.03 |